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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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러시아 주식에 베팅하려는 개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날 경우 막대한 시세 차익을 낼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최소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VanEck Russia 상장지수펀드(ETF)’는 작년 10월 고점(33달러) 대비 83% 떨어졌습니다. VanEck Russia ETF는 러시아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ETF입니다. 전쟁 직후인 지난 3월7일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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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대표 인터넷 기업 얀덱스도 고점 대비 78% 떨어진 상태로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국내 러시아 ETF인 KINDEX 러시아MSCI는 고점 대비 74% 급락한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는 거래 재개를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여유자금과 대출금을 러시아 주식에 몰빵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투자자는 “두 배는 먹을 수 있는 기회”라며 “거래만 풀리면 바로 매수 버튼을 누르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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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고, 주식 거래가 재개돼도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입니다. 러시아가 자멸해 ‘정상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비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 비용으로 재정이 파탄 날 것이란 기대와 달리 러시아의 올해 재정 수입(1~5월)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습니다. 재정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유가가 폭등한 영향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정부는 전쟁 유지에 필요한 각종 물자와 인력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군사력 보충이 대표적입니다. 러시아는 참전 용사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1242만루블(약 2억6600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월급은 20만루블(약 430만원)에 달합니다.

이로 인해 저소득 청년의 입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한 러시아 전문가는 “러시아 저소득층의 물가를 감안할 경우 원화로 26억원을 쥐여주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폐허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 병사들이 폐허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종전을 원치 않는 것도 리스크로 꼽힙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소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점령해야 합니다. 러시아어 사용권인 동부를 가져와야 승리를 원하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면피’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종전을 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에게 뺏긴 영토를 되찾지 않고 전쟁을 끝내면 지지자들에게 희대의 역적이 되기 때문입니다.

현지 전문가들은 전쟁이 10년 가까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1980년부터 1988년까지 9년간 이어졌던 이란-이라크 전쟁처럼 말입니다. 러시아 전문가는 “올해 겨울 양국이 휴전하고 내년 봄 다시 싸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