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셀트리온 주가가 16만원을 회복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점에 물린 주주들은 아직도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증권가는 주가가 바닥을 잡았지만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3일 셀트리온은 2.54% 오른 16만1500에 마감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저점(13만9000원) 대비 16% 올랐습니다. 외국인이 지난 7거래일 동안 654억원, 기관이 134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개인은 865억원을 팔았습니다.
큰 산을 그린 셀트리온 주가. 사진=키움증권
큰 산을 그린 셀트리온 주가. 사진=키움증권
주가가 반짝 반등했지만 주주들에게는 간에 기별도 안 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초 주가인 20만원과 비교하면 20% 손실이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최고점(38만원대)에 투자했으면 손실이 50% 넘어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당 20만원에 3억원을 투자한 한 주주는 “한강을 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주는 “손절 시기를 놓쳐 1300만원 손실을 내고 있다”며 “공매도가 유독 심한 것도 나를 화나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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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가가 떨어진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 번째는 바이오시밀러 경쟁 심화에 따른 성장 둔화입니다.

셀트리온의 작년 영업이익은 7525억원으로 전년 대비 5.67%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올해 영업이익은 7205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했던 ‘고성장 시대’가 끝나간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입니다.
셀트리온 실적 전망치. 자료=와이즈리포트
셀트리온 실적 전망치. 자료=와이즈리포트
직접 판매로의 전환도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셀트리온의 해외 유통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5월 하반기부터 유럽 항암제 시장의 90%까지 직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직접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증권가는 마케팅 비용이 단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셀트리온헬스케어 실적이 악화하면 셀트리온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 판매 구조
셀트리온 판매 구조
주가가 바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가가 반 토막으로 떨어지며 가격 메리트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것이 대세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미 있는 반등이 나오기 위해서는 성장률 회복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셀트리온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36배입니다. 주가가 급락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다는 것입니다. 과거처럼 70~100배의 PER을 받으려면 셀트리온이 고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도 상승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서정진 명예회장이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2020년 연초 16만원대였던 셀트리온 주가는 그해 연말 38만원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사진=셀트리온
기관들의 매수세가 들어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기관이 셀트리온 비중을 확대할 유인이 없다는 의견입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셀트리온보다 PER이 낮으면서 성장률이 높은 대체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 주주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ER이 100배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셀트리온이 더 높은 가격을 받아야 된다는 핵심 논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두 회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세 산업인 바이오 위탁생산, 셀트리온은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시밀러에 속해 있다”며 “삼성바이오가 프리미엄을 것은 TSMC가 삼성전자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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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