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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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곳곳의 스타벅스에는 대기업 대관·홍보 관계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다. 기업집단국은 2017년 신설된 뒤부터 삼성·SK·한화를 비롯한 대기업의 위법 행위를 적발·제재하면서 재계의 두려움을 불러왔다.

최근 SK그룹 한 계열사가 로펌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과와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투자 관련 문의를 했다. 국내서 해외투자를 유치받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등의 위반 여부가 없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과징금을 매긴 공정위 기업집단국에 SK그룹 계열사가 문의를 하면서 관가와 재계도 주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 한 곳이 최근 산업부와 공정위에 합작투자 관련 문의를 했다. 지주회사 규제와 관련한 내용이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와 그 계열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적용받는다. 예컨대 SK㈜→SK이노베이션→SK에너지·SK온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형성했다. 공정거래법상 SK㈜를 비롯한 지주회사의 손자회사(SK에너지 등) 증손회사를 거느리려면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규제다. 만약 SK에너지와 SK온이 자회사를 세우려면 무조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예외 조항도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외국 투자를 받아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는 예외적으로 지분 보유 조건을 100%에서 50%로 완화해준다. SK㈜ 손자회사인 한 계열사가 최근 증손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해외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외촉법에 따라 해외투자를 받아 자회사 설립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사도 공정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외촉법 예외를 적용받지 않고 지주회사 규제를 엄격히 적용할 경우 해외투자 유치 작업이 물거품이 될 수 있어서다. SK 계열사는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로펌을 통해 소관 부처인 산업부 투자정책과와 공정위 기업집단국 등에 관련법에 대해 문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작년 말에 SK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각각 8억원의 과징금을 부여하는 등 SK와의 관계가 다소 편치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기업집단국은 SK㈜가 SK실트론(옛 LG실트론) 경영권을 인수하고 남은 지분 일부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인수하게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한편 새 정부 들어서 지주사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20일 상의회관에서 지주회사정책의 전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공정경쟁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주회사 정책이 대기업집단 규제에 기여한 바는 불명확하다"며 "규제와 조직 자체의 생명력으로 불확실성과 과잉규제 우려를 상시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100% 확보 등의 규제 등이 과잉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오너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지주회사 경영권을 확보해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거느리면 문어발식 확장과 경제력 독점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미국 등 주요 선진국도 이런 이유로 지주사가 계열사 지분을 100%로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