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질산(HNO3) 시장의 ‘절대 강자’인 TKG휴켐스(옛 휴켐스)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공격적인 증설에 나섰다. 질산은 반도체 세정제와 산업용 화약, 폴리우레탄 원료가 되는 기초 소재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맞물려 수요 급증에 따른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도 1년 전 대비 네 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국내 질산 사실상 전량 공급

26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TKG그룹의 정밀화학 계열사인 TKG휴켐스는 지난 24일 전남 여수산업단지에서 연 40만t 규모의 질산6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2500억원을 투자한 질산6공장은 내년 하반기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증설을 통해 질산 생산능력은 연간 110만t에서 150만t으로, 아시아 최대 규모로 확대된다.
TKG휴켐스는 2006년 TKG태광(옛 태광실업)이 남해화학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휴켐스 지분 40.0%를 보유하고 있는 TKG태광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냈던 고(故) 박연차 회장이 1971년 창업했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사명을 태광실업에서 TKG로 바꿨다. 2020년 박 회장 타계 후 장남인 박주환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TKG휴켐스는 화학업계에서 숨은 ‘알짜기업’으로 손꼽힌다. 영업이익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30%대에 불과하다. 작년 매출 8612억원, 영업이익 934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0.9%다. 주가도 이날 종가 기준 2만4700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초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질산은 산업부문 필수 소재지만 초기 투자비가 상당하다. 인화성이 높은 위험 물질이어서 운반과 안전관리도 어렵다. 다른 기업들이 질산 시장 진입을 주저하는 이유다. 국내 질산 시장은 TKG휴켐스가 90%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바스프, ㈜한화, OCI, 금호미쓰이 등과 장기공급 계약을 맺고 질산을 독점 공급한다. 휴켐스가 매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지난해부터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질산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질산의 원료가 되는 암모니아 가격은 올 1분기 평균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t당 934달러까지 올랐다. 200달러 초반대였던 1년 전 대비 네 배 이상 급등했다.

최대 고객 한화가 ‘도전장’

독보적인 질산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약점도 있다. 질산 수요의 대부분은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와 자동차 및 가구·건설 내장재가 차지한다. 인화성이 높은 위험물질인 질산은 장기간 운반이 어려워 대부분 역내 수요에 의존한다. 실적이 국내 경기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2017년 21.3%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0.9%까지 줄어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한화가 직접 질산 생산에 나선 것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화 글로벌 부문은 2024년 가동을 목표로 여수산업단지에 40만t 규모의 질산 공장을 조성하고 있다. 1900억원을 투자한 공장이 완공되면 ㈜한화의 질산 생산량은 52만t으로 늘어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