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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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변덕에 12일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돈 충격을 극복하나 싶었지만, 오후 들어 맥이 풀리며 장중 255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42.19포인트(1.64%) 내린 2550.0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 이후 나흘째 종가 기준 연저점을 경신하는 중이다.

전장보다 22.77포인트 낮은 2569.50에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오전에는 회복을 시도하며 보합권역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이내 힘이 빠지며 개장 직후의 저점보다 아래로 무너졌다.

장중에는 2546.89까지 빠졌다. 코스피가 2550선 이하에서 거래된 건 2020년 11월20일 이후 약 1년 반만에 처음이다.

외국인의 변덕에 증시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매도세였던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서자 회복세를 보였고, 점심시간 무렵에 접어들면서 매도세로 전환하자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장 마감 직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813억원 어치의 현물 주식을 팔았다. 기관도 1537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홀로 3855억원 어치를 샀지만 지수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는 미국의 4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충격 때문으로 보인다.

간밤 미 노동부가 발표한 4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올라 전월 기록한 8.5% 상승보다는 낮아졌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 8.1% 상승은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3% 상승으로 전달의 1.2% 상승보다는 둔화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0.2% 상승보다는 높았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CPI는 전월보다 0.6% 상승하고, 전년 대비로는 6.2% 올랐다. 역시 시장 예상치인 전월 대비 0.4% 상승과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을 웃돌았다.

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로는 둔화돼 인플레이션의 정점은 확인했지만, 둔화되는 폭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억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도가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이에 성장주들이 급격히 무너졌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대표적 성장주인 카카오네이버의 낙폭이 각각 5.50%와 3.23%로 두드러졌다. LG화학은 6.63% 급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1%대 하락세를 보이며 각각 6만5000원선과 11만원선이 무너졌다.

반면 기아는 소폭 올랐다.

주요 업종 중에서는 경기 방어주 성격의 통신업이 1.07% 상승했다.

금리 상승 수혜가 기대되는 보험도 0.89% 올랐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 중 하나의 운영이 중단된다는 소식에 전기가스업도 강세였다.

의료정밀은 진단키트 관련 기업들의 호실적과 수주 소식에 장중 강세를 보이다가 보합세로 마감됐다.

코스닥은 32.68포인트(3.77%) 급락한 833.66에 거래를 마쳤다. 이 시장에서도 개인이 3119억원 어치 주식을 샀고,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406억원 어치와 693억원 어치를 팔았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HLB만 9.03% 올랐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는 6%대 하락세를 보였다. 천보도 7.37% 빠졌다. CJ ENM은 12.29% 급락하며 시총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3.30원(1.04%) 오른 달러당 1288.59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