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싱(러킨) 커피 매장. 사진=REUTERS
루이싱(러킨) 커피 매장. 사진=REUTERS
회계부정으로 뉴욕증시에서 퇴출됐던 중국 루이싱(러킨)커피가 홍콩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루이싱은 2017년 푸젠성 샤먼에서 창업했다.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창업 2년 만인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그러나 상장 13개월 만인 2020년 6월 회계부정으로 상장이 폐지됐다. 2019년 매출의 절반이 넘는 22억위안(약 4147억원)을 부풀렸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이로 인해 최고경영자(CEO) 등 3명이 해고됐다.

루이싱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억8000만달러(약 2290억원),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에 6100만위안(약 115억원)의 벌금을 냈다.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1억875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중국 내에서 전환사채 4억6000만달러어치를 발행해 이런 벌금과 배상금을 마련했다.

루이싱은 상장폐지 이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작년말 기준 중국 내 매장 수는 6024개로 2019년말 4910개에서 더 늘어났다. 창업 당시 목표로 내걸었던 스타벅스(5400여개)를 앞서고 있다. 스타벅스는 미국(1만5000여개)에 이어 중국에 매장이 가장 많다.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한 24억위안에 달했다. 빠른 성장의 원동력인 품질, 저렴한 가격, 편리한 주문·배송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한 덕분이다. 중국 내에선 '중·미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동정론도 일었다.

중국 정부도 루이싱의 부활을 측면 지원했다. 중국에서 전환사채 등으로 마련한 자금을 미국에 송금하는 것을 허가해 준 것이다. 외화 유출을 강하게 규제하는 중국 외환당국이 거액의 달러 송금을 승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루이싱 측은 "과거 문제를 바로잡고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당국이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루이싱의 주식은 상장폐지 이후 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장폐지 당시인 2020년 6월29일 1.38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6일 기준 7.19달러로 6배가량 올랐다.

루이싱의 회계부정 사건은 상당한 여진을 남겼다. 미국 의회는 2020년말 중국 기업의 회계자료를 미국 기구인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직접 검증하도록 하는 내용의 '외국회사책임법'을 통과시켰다. 이전까지 중국 기업은 양국이 체결한 회계 협정에 따라 중국 증감위의 검증만 받으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행정부는 중국 기업의 회계부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 협정을 파기했으며 의회가 후속 조치를 한 것이다.

외국회사책임법에 따라 뉴욕증시에 상장해 있는 중국 기업들은 3년 연속 회계자료를 미국 측에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법 발효 시점은 올 1월이며, 중국 기업들은 2021년 자료부터 제출해야 한다. SEC는 지난 2월부터 퇴출 가능성이 있는 중국 기업 명단을 공표하고 있다. 현재 80여개 기업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