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지난해 한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가 ‘매출 1조원 벽’을 깬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빅5’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국내에서 시행한 임상 등 연구개발 투자는 가장 적었다.

코로나 백신 덕에…화이자, 韓서 1조 벌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은 지난해 매출 1조69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3919억원)에 비해 4.3배로 증가했다. 다국적 제약사 현지법인 중 매출 순위는 2020년 6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을 모두 합쳐도 셀트리온(1조9116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유한양행(1조687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1조5680억원), GC녹십자(1조5378억원) 등도 제쳤다.

다국적 제약사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화이자가 특허 만료 의약품 사업부를 따로 떼내 비아트리스를 출범시키기 전에도 매출이 1조원을 넘은 적이 없었다. 2020년에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중 1위를 기록한 한국노바티스의 매출은 5300억원이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영향이 컸다. 한국화이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매출과 선수금이 지난해 실적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화이자와 총 6000만 회분의 백신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국내 투자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화이자의 임상 연구비는 54억원으로 전년(73억원)보다 26.2% 줄었다. 임상 연구비는 △노바티스 236억원(매출 대비 4.3%) △한국MSD 114억원(2.1%) △아스트라제네카 89억원(1.4%) △화이자 54억원(0.3%) △사노피 30억원(0.5%) 순이었다.

임상 연구비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의약품 허가를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 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임상 연구는 국내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를 넓혀주고, 국내 연구개발(R&D) 역량을 향상시킬 기회”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이 임상 연구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