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들이 뉴욕증시에서 유럽 시장 의존도가 높은 종목을 피하고 내수 판매 비중이 큰 종목을 매수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기존 예상치보다 1~2%포인트 추락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원자재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기가 크게 둔화할 전망"이라며 "미국은 원자재 자체 수급이 가능해 비교적 타격을 덜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시장 의존도가 높은 종목으로는 숙박예약사이트 부킹닷컴을 운영하는 부킹홀딩스,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꼽혔다. 부킹홀딩스의 유럽 시장 매출 의존도는 77%로 가장 높았다. 부킹홀딩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17% 하락했다.

필립모리스와 블랙록의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의 매출 비중도 각각 49%, 30%에 달한다. 이외에도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27%),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24%), 엔터테인먼트 기업 컴캐스트(20%)도 유럽 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모건스탠리는 이들 기업의 주가 하락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유럽 시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낮은 종목은 매수 추천을 받았다.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맥주 회사 콘스텔레이션브랜즈는 전체 매출에서 미국 시장의 매출 비중이 97%에 이른다. 미국 통신업체 AT&T의 미국 시장 매출 비중도 91%다.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치폴레와 유통업체 타깃도 해외 시장 의존도가 낮아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CNBC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공급망에 혼란이 생기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거나 사업을 중단하고 있다"며 "원자재와 물류 비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시장의 경기 침체에 직면할 수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