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어비스, 이젠 담아도 될까… 증권가 "낙관론 금물"
펄어비스가 지난 4분기 150%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선방한 성적표를 내놨지만 증권가 반응은 미지근하다. 호실적에는 투자수익의 영향이 큰 데다 본업인 기존 게임 부문에선 적자 전환이 추정돼서다. 특히 주력작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상당부분 반영된 만큼 과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많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53분 현재 펄어비스는 전일 대비 4600원(4.96%) 오른 9만7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4분기 호실적 등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지만 작년 11월 중순 기록한 고점(14만52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아직 많이 싸다는 게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당장 연초와 비교해도 지금의 주가는 30%가량 빠진 상태다.

앞서 전일 펄어비스는 작년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180억원과 영업이익 257억원, 당기순이익 10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연간 실적이 아닌 4분기 실적만 보면 영업이익은 시장 추정치(컨센서스)를 51%가량 웃돌았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이는 벤처캐피털(VC)인 펄어비스캐피탈의 자산 평가·처분 이익 300억원이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 본업이 이끌어 낸 호실적은 아니라는 의미다. 펄어비스캐피탈 수익을 뺀 기존 게임 부문은 전부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4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낸 데다 저가매수 매력도 커졌다. 하지만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펄어비스를 향해 여전히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펄어비스의 콘퍼런스콜 이후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는 10곳이다. 이 가운데 절반인 5곳이 실적 발표를 즈음해 목표주가를 내려 잡았다. 또 10곳 중 2곳은 기존의 투자의견 '중립'(Hold)을 유지했다.

증권사가 목표가를 낮춘 주된 이유는 주요 게임들의 글로벌 출시 시기 지연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출시와 '붉은사막' 글로벌 출시 시점이 각각 올 2분기와 4분기로 늦춰지면서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보다 25%가량 하향 조정됐다.

특히 두 게임의 흥행이 컨센서스에 미리 반영된 데다 기존 타이틀 게임들의 수익성이 하락 추세인 점은 우려요소다. 현재 검은사막 지적재산권(IP)의 매출은 모바일과 콘솔 검은사막의 매출 감소로 인해 부진한 상황이다. 개발자 연봉 인상과 신작 개발자 증원으로 인건비는 해마다 30% 넘게 늘고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의 수익성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단 주가 선반영 가능성을 감안해 검은사막 중국 출시 등에 대한 기대감을 다소 낮출 것을 조언하고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익 개선의 핵심 요인이 될 검은사막 중국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주가에 상당히 반영됐다"며 "지난 수년간 중국 게임시장이 전반적으로 고도화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친 낙관론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투자의견 '중립'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신작들의 출시 일정 지연에 따른 실적 추정치 하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평가가치(밸류에이션) 부담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신작 출시 일정이 뚜렷해질 때까지 보수적인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선 펄어비스를 중장기적 시선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신사업에 힘을 쏟는 만큼 투자 유인은 충분하다는 해석이다. 당장 내년 출시되는 메타버스 게임 '도깨비'에는 돈버는게임(P2E) 요소가 결합될 것으로 보인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검은사막과 이브 등 현행 라인업 중심의 실적 흐름 부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단기와 중장기 방향성을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깨비와 이브에 어느 시스템이 탑재되는지 등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도깨비는 핵심 사업모델이 아이템 수집이어서 NFT 기반의 P2E 시스템 연동에 적합한 게임"이라고 말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검은사막 중국과 기타 신작 성과에 따라 추정치 상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뿐만 아니라 NFT와 메타버스 시장 경쟁에서 자체 엔진과 기술력을 보유한 동사에게 평가가치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