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부동산업체에까지 번진 위기설…비구이위안, 달러채 발행 실패[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재정 상태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중국 1위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달러채권 발행에 실패했다.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우량 기업들까지 자금난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홍콩 02007)은 지난 14일 3억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전환사채 발행을 시도했다가 투자자 유치에 실패해 계획을 취소했다. 글로벌 채권시장 투자자들은 2위 헝다 등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내면서 부동산업체들이 발행하는 고금리 회사채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있다.

비구이위안은 이어 17일에는 2022년 7월 만기 연 4.75% 500만달러, 2026년 4월 만기 연 7.25% 500만달러 등 총 1000만달러 상당의 달러채권을 회수했다.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 여파로 비교적 우량한 비구이위안의 달러채권마저 액면가에서 25~3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비구이위안의 주가는 지난 11일 7.37홍콩달러에서 17일 5.87달러로 4거래일 동안 20% 가까이 급락했다. 다만 이날은 회사 측이 "경쟁사들에 비해 시장 침체의 영향을 덜 받고 있으며 은행들과 신규 자금 조달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장중 2%대 반등했다.

비구이위안은 1992년 광둥성 포산에서 출범한 부동산개발업체다. 다른 부동산개발업체들처럼 지방정부로부터 토지사용권을 확보해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건설하는 게 주력 사업이다. 같은 광둥성의 광저우에서 출발한 헝다처럼 주로 3·4선 도시에 중소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성장했다. 2017년 헝다를 제치고 매출 기준 중국 1위로 올라섰다. 중국 내 직접고용 인원만 20만명에 달한다.

비구이위안이 올해 갚아야 하는 달러채권의 이자와 원금은 총 11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6월말 기준 보유 현금은 1860억위안(293억달러)로 달러채권을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이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재정 건전성 기준인 '3대 레드라인' 중 1개만 위반한 상태다. 헝다가 3개 모두 위반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3대 레드라인은 △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미만 △순부채비율(부채에서 유동자산을 뺀 후 자본으로 나눈 비율) 100% 미만 △단기부채 대비 현금 비율 1배 초과 등이다. 비구이위안은 작년 6월말 기준 자산부채율 78.5%로 이 기준만 위반한 상태이며 순부채비율 56.3%, 단기부채 대비 현금 1.3배로 다른 기준은 충족한다.

비구이위안은 중국 전역에서 3000여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재정 상황이 건전하다 해도 추가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 순식간에 위기에 봉착할 수 있으며,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할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비구이위안이 주력하고 있는 3·4선도시는 대도시에 비해 경기가 나빠 주택 판매가 급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