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편법적 요소가 많은 기업공개(IPO) 수요예측을 막기 위해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IPO 열풍에 상당수 기관투자가가 편법까지 동원해 공모주 물량을 가져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주요 규제 대상은 일임투자사다. 현재 일임투자사는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지만, 앞으론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참여할 수 있게 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 규정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과 협의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강제성을 지닌다.

지금은 일임사가 고객자산이 아니라 회사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해도 문제가 없다.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일임사들은 이 같은 규정 공백을 활용, IPO에 참여해 공모주를 받아갔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현재 등록된 일임사는 138곳, 자문·일임 겸영회사는 73곳이다. 당국은 이 중 상당수가 IPO를 통해 고유재산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IPO 참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임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운용 인력이 두 명 이상 있고 전문투자자의 경우 5억원의 자본금만 갖고 있으면 설립 가능하다. 문제는 이들도 자산운용사와 같은 기관투자가로 분류돼 증거금 없이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더 많은 물량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일임사 등록 후 2년이 지난 곳 중 투자일임 규모가 50억원 이상인 일임사만 고유재산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일임재산으로 IPO에 참여한다면 종전처럼 계약 체결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고 일임재산이 3개월 평균 5억원 이상일 때 가능하다. 또 일임사가 고유재산으로 다른 일임사와 계약을 맺고 그 계약금으로 수요예측에 우회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금지된다.

규정을 어긴 기관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제재금과 함께 고유재산에 대해서는 수요예측 참여를 제한하기로 했다. 일임사의 수요예측 참여요건 강화는 오는 4월 1일 증권신고서 제출분부터 적용된다. 다만 불성실 수요예측 기관에 대한 강화된 제재는 다음달 25일부터 시행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