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유 금융사, 60억위안 규모 앤트그룹 투자 전격 철회[강현우의 중국주식 분석]
중국 국유 금융회사인 신다자산관리가 앤트그룹 소비자금융부문에 대한 60억위안(약 1조100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앤트그룹 구조개편도 다시 미궁에 빠졌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신다자산관리(홍콩·01359)는 전날 홍콩거래소에 '지난 12월24일 결정했던 외부 기업 유상증자 참여를 취소했다'고 공시했다. 신다가 해당 기업 이름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지난 12월24일 공시를 보면 이는 앤트그룹의 소비자금융부문 자회사인 충칭앤트의 유상증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신다자산관리는 1999년 중국 4대 국유은행 중 하나인 중국건설은행의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배드뱅크다. 중국에는 신다 외에도 화룽, 창청, 둥팡 등의 배드뱅크가 각각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의 부실채권을 소화하고 있다. 이들 4대 배드뱅크는 부실채권 업무 외에 은행, 자산운용, 증권, 보험 등 다른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계열 핀테크업체인 앤트그룹은 중국 당국의 지도 아래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쓰이는 결제 수단인 알리페이에서 출범해 현재는 중국 최대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독자 신용정보체계를 구축해 소액대출업을 키웠고, 10억명의 알리페이 사용자를 기반으로 온라인 보험, 자산관리상품(리차이) 판매 등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앤트그룹으로 대표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계열 핀테크업체들이 금융시장 질서를 흔든다고 보고 규제를 확대해 왔다. 2020년 11월 두 개 이상 영역에서 금융업을 하는 회사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도록 한 조치가 대표적이다. 금융지주회사는 은행급 감독을 받는다. 그동안 각 금융사업에서 지역이나 영역 별로 허가를 받으면 됐던 핀테크업체들이 모든 영역에서 전국적 감독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또 금융지주회사는 자본금을 최소 50억위안 확보해야 하며, 자본금으로 산하 금융 자회사들의 자본 50% 이상을 출자(지분율 50%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2020년 11월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중단시킨 것도 앤트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당국 측의 설명이다. 상장 이후 금융지주회사로 개편하면 투자자들에게 더 큰 손실을 입힐 수 있다는 논리다.

앤트그룹은 이후 금융업을 사업부 별로 분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가장 수익이 많이 나는 부문인 소비자금융은 지난해 6월 자본금 80억위안의 충칭앤트를 설립하고 인가를 받았다. 당시 앤트그룹이 지분 50%를 갖고 신다자산관리의 계열사인 난양은행이 15%를 확보했다. 대만 케세이은행,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 화룽자산운용 등도 충칭앤트의 주주로 참여했다.

충칭앤트는 이어 12월에는 자본금을 80억위안에서 300억위안으로 늘리는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여기에 신다자산관리가 60억위안을 투입하고 지분 20%를 확보하기로 했었다. 난양은행 지분까지 포함하면 지분율 24%가 될 수 있었다.

신다자산관리는 이번에 충칭앤트 투자를 철회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상업적 고려와 상대방 회사와의 협상 끝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만 발표했다.

충칭앤트 측은 "투자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대응했다. 아울러 "다른 투자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자본금 확충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칭앤트는 지난해 6월 설립 허가를 받으면서 조직과 자본금 등 관련 준비를 올해 말까지 마치겠다고 약속했다.

신다자산관리가 충칭앤트 추가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는 소식에 이 회사 주가는 이날 장중 10% 넘게 폭락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