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급성장에 서버 수요 증가 기대
씨티 등 "D램값 약세 조만간 마무리" 분석
삼성전자 주가도 한달 새 12.5% 올라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 D램 시장이 당초 전망한 것보다 빠르게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급등하고, 국내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12.5% 상승했다. 반도체 경기 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칠 수 있다는 기대감,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 옅어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우려 등이 지수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오미크론이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에 나스닥지수가 3.03% 급등하는 등 뉴욕증시는 3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도 3000선을 회복했다.
급등한 필라델피아 지수
'반도체 겨울' 끝?…날개 단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7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97% 상승한 3988.75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9일(6.13%)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최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이끌어온 엔비디아(7.96%), AMD(4.16%) 등뿐 아니라 마이크론 테크놀로지(4.10%), TSMC(2.67%)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여름부터 반도체 주가를 눌렀던 ‘반도체 겨울론’이 무색하게 반도체 업황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씨티은행 모건스탠리 CLSA 등은 최근 D램 가격 약세가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일제히 내놨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2주간 약 5% 반등했다.

반도체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메타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시장이 열리면 어마어마한 데이터 트래픽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버 증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본격화하면 PC 수요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김 연구원은 “델, 레노버 등 글로벌 PC업체의 11월 반도체 주문량이 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공급망 차질로 내년 수요 예측이 어려워져 주문을 늘리지 않던 PC 업체들이 다시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을 늘리면서 ‘춥지 않은 겨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얼어붙었던 반도체 투자 심리가 녹아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스노우플레이크(6.32%)에 헤지펀드의 매수세가 집중적으로 몰린 게 반도체주 상승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장 초반 헤지펀드들이 잇따라 포트폴리오에 스노우플레이크를 담기 시작하자 데이터산업 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 데이터센터 기업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 기업도 급등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스노우플레이크를 담은 헤지펀드는 지난해 3분기 말 약 50개에서 현재 80여 개로 늘어났다”며 “이날 스노우플레이크의 급등이 반도체 관련 기업 상승의 기폭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FOMO’가 지배한 뉴욕증시
오미크론의 위중증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소식도 지수를 끌어올렸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날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증상이 델타 변이보다 더 가벼울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악재가 해소되면 주도주가 급등하는 경향이 있다”며 “업황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는 IT가 미국 시장의 주도주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심리가 극적으로 개선되면서 반도체 지수도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미크론이라는 대형 악재가 소형 악재로 변하면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지난 3월 초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하루 상승률을 보였다.

이날 S&P500지수는 전날보다 2.07% 오른 4686.75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상승폭은 3월 1일 이후 최고다. 나스닥지수는 3.03% 오른 15,686.92로 장을 마쳤다. 다우지수도 1.4% 올랐다. 매수하지 않으면 ‘산타랠리’에 혼자 소외될 수 있다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시장을 지배했다는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로 기술주들도 상승했다. 애플은 3.54% 상승한 171.18달러로 마감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어 열린 한국 증시도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지수는 8일 0.34% 오른 3001.8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3000을 넘은 것은 지난달 22일 이후 처음이다.

심성미/이고운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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