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자산)산업이 좌초 위기에 맞닥뜨렸다. 전력 소비가 막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가 크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다. 기업과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서 비트코인 업체들은 ‘친환경 채굴’을 위한 고민에 들어갔다.

18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비트코인 채굴에 따른 연간 전력 소비량 추정치는 133.68테라와트시(TWh)에 달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23위인 스웨덴의 한 해 전력 사용량을 넘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인기를 끌수록 탄소 배출량이 커진다”고 비판한 이유다.

지난 5월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살 수 있도록 한 방침을 번복했다. “비트코인 채굴·거래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전력 사용이 심하다며 암호화폐 채굴 금지 조치를 줄줄이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엔 안후이성이 암호화폐 채굴을 막았다. 네이멍구, 쓰촨성, 윈난성 등에 이은 조치다.

비트코인의 채굴 원리는 작업증명(PoW)이다. 블록체인에 새로운 블록을 추가할 때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주는 식이다. 초기엔 비트코인 가격이 낮아 채굴 경쟁이 심하지 않다 보니 전력 소모량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전력 소모량이 폭증했다.

비트코인업계는 친환경 채굴 계획을 내놓고 있다. 영국의 아르고 블록체인, 캐나다의 DMG 블록체인 등이 가입한 ‘크립토기후협약(CCA)’이 대표적이다. CCA는 2040년까지 암호화폐산업을 신재생에너지로만 운영해 탄소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게 목표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승인한 남미 엘살바도르는 화산이 내뿜는 지열 에너지로 비트코인을 채굴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신재생에너지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중섭 한화자산운용 디지털자산팀장은 “그간 신재생에너지는 공급과 수요 시기가 서로 다르다는 한계가 컸다”며 “북미 지역을 필두로 암호화폐 채굴기업들의 신재생 수요가 늘면 이 같은 격차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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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결/조수빈 한경 ESG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