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4(삼일PwC, 삼정KPMG, EY한영,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중에서 처음으로 여성 부대표가 나왔다. 삼정KPMG의 서지희 부대표가 주인공이다. EY한영은 본부장 및 부문장급에서 대규모 인사를 결정했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네 곳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정기 승진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4대 회계법인의 인사 결과를 보면 플랫폼 비즈니스 강세로 인한 영향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바람이 회계법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회계법인에도 플랫폼·ESG 바람

삼일PwC는 총 26명의 신임 파트너를 승진시켰다. 본부장급은 그대로지만 플랫폼산업과 핀테크 분야, ESG 분야, 글로벌 인수합병(M&A) 전문가들이 파트너로 임용된 것이 눈에 띈다. 감사 분야의 심현석 파트너는 플랫폼과 전자상거래, 박동욱 파트너는 핀테크 분야 회계감사 및 자문을 전공으로 하고 있다.

딜 부문에서는 미국 밸류에이션팀에서 2년간 근무한 뒤 귀국한 김용현 파트너와 산업은행 등을 담당하는 김지산 파트너의 승진이 주목을 받았다. 유홍서 파트너는 비공개 딜 관련 성과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4' 회계법인 정기 승진인사 들여다보니…첫 여성 부대표…'ESG·플랫폼 분야' 바람
삼정KPMG는 부대표 10명, 전무 17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서 부대표는 1986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후 쭉 삼정에서 일했다. 2003년 대형 회계법인 중 첫 여성임원(상무)을 달았고 이번에는 업계 첫 부대표로 승진했다. 사단법인 위민인이노베이션(WIN) 회장직도 맡아 여성 후배들의 리더십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40대 중반에 부대표 자리에 오른 김이동 부대표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M&A 전문가다.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못지않은 재무자문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략컨설팅그룹과 ESG 비즈니스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동석 부대표는 ‘빅4’ 중 ESG 전문가 그룹을 중 처음으로 꾸려 국내 주요기업에 자문하고 있다.

안진, 임원급 스페셜리스트 ED 직급 신설

'빅4' 회계법인 정기 승진인사 들여다보니…첫 여성 부대표…'ESG·플랫폼 분야' 바람
EY한영회계법인은 박남수 전략재무자문본부장과 임동훈 금융사업본부장 선임과 23명 신임 파트너 승진을 포함해 광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박 본부장은 2016년 EY한영에 합류해 ‘그로스 마켓 리더’ 등을 담당했다. 임 본부장은 컨설턴트 출신으로 주요 금융그룹과 긴밀히 협력하며 EY한영을 금융시장 컨설팅 1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감사본부에서는 김지훈 조성연 파트너가 각각 감사1, 감사2 부문을 이끌 리더로 선임됐다. 전략재무자문부문에서는 TCF(기업금융 및 재무자문) 부문장에 한효석, 마켓부문장에 민덕기 파트너가 승진 임명됐다. 금융사업본부에서는 이덕재 파트너와 봉선영 파트너가 각각 세무부문장과 컨설팅부문장으로 승진했다.

딜로이트안진은 14명의 파트너 승진과 함께 임원급 스페셜리스트인 '이그제큐티브디렉터(ED)' 직급 신설을 결정했다. 이번에 11명이 첫 ED를 달았다. 연경흠 회계감사본부 ED는 에너지 전력 화학 분야의 ESG 전략 수립 등에서 15년 이상 일한 전문가다. 고재철 리스크자문본부 ED는 기업재난과 위기관리 등 대응에 탁월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4, 신규채용 작년보다 26%↑

빅4 회계법인은 승진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곧바로 신규인력 ‘확보 전투’에 나설 태세다. 회계법인들이 채용을 늘리는 것은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후 감사 업무가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M&A 거래가 잇따르며 관련 용역 업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4대 회계법인은 주요 대학을 돌면서 지난달 2차 시험을 마친 회계사 수험생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고 채용 일정을 시작했다. 올해는 지난해 752명보다 26.3% 늘어난 95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삼정 300명, 삼일 250명 안진 200명, 한영 200명 등으로 모두 작년(삼정 271명·삼일 221명·안진 90명·한영 170명)보다 많이 뽑는다. 올해 회계사 시험 합격 인원이 1100명가량으로 예정된 가운데 중소 회계법인도 대거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어 경쟁이 예상된다.

이상은/이현일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