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발행하는 영구 전환사채(CB)에 16조원이 넘는 투자금이 쏟아졌다. 영화관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에 주가가 상승세를 타자 시세차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청약에 적극 참여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2113억원어치 CB 발행을 위해 신청받은 일반 청약에 약 16조20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이번 청약은 앞서 한 주주 대상 청약에서 팔리지 않은 물량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진행됐다. 주주 대상 청약에선 전체 모집금액인 3000억원의 약 30%인 887억원어치만 소화됐다.

투자자들은 단기간에 쏠쏠한 시세 차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청약에 뛰어들었다. 오는 8일 발행되는 이 CB는 7월 8일부터 투자자가 CJ CGV 신주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전환가격은 주당 2만6600원으로 4일 종가(3만1250원)보다 17.4% 싸다. 이번 CB의 금리는 연 1%(30년 만기·5년 후 조기 상환 가능)에 불과해 채권으로서의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CJ CGV 주가는 ‘영화관 부활’에 베팅하는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간 22.7% 상승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은 실내 다중이용시설 인원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고 음식 섭취도 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내놓으면서 영화 관람객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CJ CGV는 영구 CB 투자자 모집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영구채 형태로 CB를 발행하면서 지난 3월 말 2373%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이 860%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 달 뒤 모든 투자자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CB를 상환할 필요도 없어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