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동영상 공유 소셜미디어 틱톡과 더우인으로 유명한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를 창업한 장이밍(38)이 올 연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20일 발표했다. 회사의 장기 계획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에 대한 견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장이밍은 사내 공지를 통해 "수개월 간 고민 끝에 CEO에서 물러나 회사의 장기적 계획에 좀 더 집중하기로 결정했다"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후임 CEO는 함께 회사를 창업한 량루보에게 맡기기로 했다. 량루보는 현재 바이트댄스의 인사(HR)를 담당하고 있다. 두 사람은 원활한 교체를 위해 앞으로 6개월간 함께 일할 예정이다.

바이트댄스는 "장이밍이 올 연말에 핵심 전략 직무로 이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이밍은 바이트댄스 지분을 20% 이상, 의결권은 5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장사인 바이트댄스는 주주 구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이밍은 연말 보직 이동 이후 회장을 맡는다든가, 의결권을 변동시킨다든가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장이밍은 공지를 통해 "나는 혼자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면서 깊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매일같이 사람들을 만나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CEO의 직무와 잘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트댄스는 전세계에서 10만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동영상 소셜미디어 외에 뉴스 서비스, 온라인 교육 등이 있다. 기업가치는 2500억달러(약 283조원)로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바이트댄스는 지난달 저우서우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틱톡 사업부 CEO로 선임하는 등 인사 관련 주요 결정들을 최근 해왔다.

중국 일각에서는 장이밍의 퇴진이 불확실한 정치 환경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빅테크들은 최근 지속되는 당국의 규제 강화에 맞닥뜨린 상황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달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도 거액의 반독점 벌금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업에서 손을 떼는 기업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황정 핀둬둬 창업자(41)는 지난해 7월 CEO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 회장 자리도 내놨다. 그는 80%에 달했던 차등의결권도 포기했다. 핀둬둬는 젊은 직원들의 잇단 과로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2018년에는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비교적 젊은 나이인 54세의 나이로 회장에서 물러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