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덫'에 빠졌던 LG디스플레이, LCD 덕에 살아난다
'액정표시장치(LCD)의 덫'에 빠졌던 LG디스플레이가 LCD 덕분에 살아나고 있다. 디스플레이 모듈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유리가 부족해 공급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객사인 노트북 제조 업체는 "가격을 올려줄테니 패널을 공급해달라"고 아우성이다. LCD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배경이다.

LG디스플레이는 22일 6.22% 오른 2만6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만 16% 올랐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4거래일 연속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LCD 업황은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2018년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IT 수요가 급감했다. LG디스플레이가 서둘러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을 가속화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까지 터졌다. 2019년 1조3594억원, 2020년 291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 LCD 가격은 무섭게 치솟고 있다. 코로나발(發)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위츠뷰에 따르면 4월 55인치 LCD TV 패널 가격은 215달러로 5년 4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유는 디스플레이용 반도체 및 유리 쇼티지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모듈을 만들기 위해서는 DDI와 유리가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 및 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후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유리 제조업체 코닝, 디스플레이 구동 칩을 디자인하는 노바텍과 생산업체 TSMC 등은 이들 업체에 공급하던 부품 생산 물량을 줄여놓은 상황이다. 갑자기 공급량을 늘려달라고 해도 물량을 늘려줄 수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반면 TV와 PC 수요는 예상보다 더 강력하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재택 근무, 가정 내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소비가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델 HP 레노버 등 PC 업체가 디스플레이 업체에 패널 100개를 요청하면 받아갈 수 있는 양이 50개가 되지 않는다"라며 "공급 병목 현상이 일어나면서 올해는 LCD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TV용 LCD 패널 가격은 전년 대비 50%, PC용 패널 가격은 40%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CD 공급 부족이 LG디스플레이의 주력 제품인 대형 OLED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구조가 됐다. LCD 가격이 급등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인 OLED 패널과 LCD 패널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 대형 LCD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TV를 만드는 삼성전자는 LCD 패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대부분 LCD에서 벌어들일 전망이다. OLED로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LCD가 안정적인 수익을 통해 시간을 벌어주는 상황이 됐다. 김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가 LG디스플레이 OLED 사업 흑자 전환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로 상향 조정하고 목표 주가도 3만3000원으로 높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