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할 조짐이다. 무엇보다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가 늘고 있다. 정부가 1인당 6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한 데다 코로나19 백신 배포로 경제활동 재개 기대가 커진 덕분이란 분석이다.

17일(현지시간) 미 상무부에 따르면 1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5.3%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작년 10월부터 줄곧 줄어들다가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2%)보다 훨씬 큰 증가폭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발표한 산업생산도 4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엔 시장 예측(0.5%)을 뛰어넘는 0.9%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부 물가지수 역시 상승세다.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해서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달 대비 1.3% 올랐다. 시장 예상(0.4%)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2009년 12월 관련 지수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고용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는 평가다. 이달 초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79만3000건으로 지난달 초·중순의 약 90만 건을 크게 밑돌았다.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은 불과 1주일 전 예측했던 올해 1분기 미 경제성장률(4.5%)을 이날 9.5%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Fed는 “미 경제 여건이 장기 목표에선 여전히 멀리 떨어져 있다”며 종전의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Fed가 공개한 지난달 26~27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우리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Fed의 정책 목표는 완전고용과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 달성이다. Fed는 작년 2월 수준의 실업률(3.5%)을 완전고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목표는 2.0%다. 지난달 기준 미 실업률은 6.3%, 물가상승률은 1.4%였다.

FOMC 위원들은 현재의 ‘제로 금리’가 타당하며 채권 매입 속도 역시 적절하다고 봤다. Fed는 지난해 6월부터 월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