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 얼마나 오르면 주식 팔아야 할까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새벽은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습니다. 전날 10bp(1bp=0.01%포인트) 넘게 폭등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2% 후반 대에서 조용한 움직임을 보였고, 다우 등 주요지수 선물은 보합권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8시30분 1월 소매판매 지표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되자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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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소매판매는 '연말 쇼핑철'인 12월보다 5.3%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 예상(1.2% 증가)보다도 훨씬 높았습니다. 전자제품 판매가 14.7% 늘었고, 가구 판매도 12.0% 증가했습니다. 지난 연말 9000억 달러 규모 부양책이 통과됨에 따라 1인당 600달러를 나눠준 게 소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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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같으면 좋게 풀이됐을 겁니다. 그러나 금리 폭등 직후에 나온 탓에 즉각 '강한 소비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을 통해 1인당 1400달러를 더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함께 나온 1월 PPI도 전월 대비 1.3% 올라 예상(0.4% 상승)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2009년 12월 집계가 시작된 뒤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유가 상승 여파 등이 반영된 탓으로 풀이됐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그 시각에도 미국을 휩쓸고 있는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배럴당 61달러를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오른 건 유가뿐이 아닙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유가 등)와 식품 가격 등을 제외한 근원 PPI도 1.2%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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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지표가 나온 직후 10년물 금리는 순식간에 연 1.332%까지 치솟았습니다. 금리가 다시 오르자 지수선물은 급락했습니다. 오전 9시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모두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지수는 1% 가량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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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월 발표한 2~3월 100만 배럴 자발적 감산을 되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유가는 상승폭이 줄었고 금리는 안정세로 돌아섰으며 주요 지수는 하락폭을 줄였습니다.

오후 2시에 나온 미 중앙은행(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나온 뒤 주요 지수는 반등폭을 키웠습니다.

의사록에서 '거리가 멀다'(far from)이란 말이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위원들은 경제 여건이 장기 목표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정책 기조를 계속 완화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런 물가 압력이 통화정책 긴축을 촉발할 정도로 충분히 이어질 것으로 보진 않았다. 경제가 여전히 목표에서 '멀어'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대략적 요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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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경제 회복까지는 갈 길이 머니 테이퍼링 걱정은 하지 말라는 게 핵심 메시지"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금리의 폭발적 움직임을 목격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이어졌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현재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렇게 빠른 속도로 오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S&P 500 지수는 0.03% 하락했고 나스닥은 0.58% 내린 채 마감됐습니다. 펠로톤( -4.56%), 줌(-3.39%), 엣시(-2.59%), 엔비디아(-2.77%), 애플(-1.76%), 넷플릭스(-1.07%) 등 기술주들이 흘러내리며 나스닥의 하락폭이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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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우는 0.29% 상승했습니다. 전날 워런 버핏의 벅크셔헤서웨이가 지난 4분기 대규모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난 버라이즌이 5.24%, 쉐브론이 3.0% 급등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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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시장 분위기를 휘젓어놓은 탓인지 또 다시 조정론이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씨티는 "채권 금리가 성장주를 제한하고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면서 투자자들이 멈칫거리고 있다. 10% 시장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날 5만2000달러를 넘어선 비트코인 등을 언급하며 '알려지지 않은 위험들'이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 등과 충돌할 경우 1분기 5~10%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월가는 금리가 주식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증시에 본격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칠 수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수 의견은 10년물 기준으로 연 1.5% 선을 넘으면 부정적이란 겁니다.

노무라가 대표적입니다. 노무라는 "10년물 수익률이 1.3~1.4% 사이에 머무르면 미국 주식은 약간의 하향 조정만 겪겠지만 1.5%를 상회할 경우 급격히 하향 조정될 수 있다. S&P 500은 8%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프리스도 10년물 금리가 S&P 500의 배당 수익률과 같은 수준인 1.5%에 달하면 과대평가된 주식을 위협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제프리스는 "이런 순간이 조만간 찾아올 수 있으며, 금리는 연말 2%까지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JP모간은 약간 다릅니다. 향후 금리가 1~2%포인트 추가 상승해서 연 2% 수준이 되어야 주식에 부정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기 회복과 성장 등 '좋은 이유'를 바탕으로 오르는 금리는 주식에도 긍정적이라는 겁니다. 국채 수요 부족 등 '나쁜 이유'로 상승할 때와는 다르다는 것이죠.

JP모간의 미슬라브 마테즈카 전략가는 이를 네 문장으로 정리했습니다.

① 채권 수익률은 현 수준에서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런 움직임은 주식 시장에 잘 받아들여져여한다.

② 채권 수익률은 2분기에 시작될 경제 정상화와 함께 억눌린 수요 폭발, 지속적 재정 정책으로 인한 과열 가능성을 반영해 추가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채권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치, (경기선행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지수(PMI)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좁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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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충분하고 성장 배경이 긍정적일 경우, 10년물 수익률이 연 2% 미만일 동안에는 주식과 채권의 상관 관계(2000년 이후 채권 금리가 오를 때 주식도 동반 상승)가 무너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주가수익비율(P/E)은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주기엔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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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주식의 매력을 사라지려면 채권 수익률이 지금보다 100~200bp 상승해야한다.

어쨌든 미국에선 유례없는 통화재정정책으로 엄청난 유동성이 풀려있습니다. 경제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인플레도 생기고 금리도 오를 겁니다. 그 수준과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할 겁니다. 이런 현 상황은 메릴의 크리스 하이지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가장 잘 정리했습니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자산 인플레와 가격 인플레다. 자산 인플레는 중앙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풀었을 때 일어난다. 주식부터 비트코인까지 다 오르는 지금과 같은 경우다. 가격 인플레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경제활동이 활발할 때(성장할 때) 일어날 수 있다. 돈이 도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실시되는 재정 부양책은 이런 가격 인플레 가능성을 높인다.

경제활동이 증가하면 소비가 늘면서 기업 이익이 커진다. 이는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기업들은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리게 된다. 그러면 중앙은행은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것이다. 물가가 치솟고 금리가 오르면 결국 소비가 감소하면서 기업 이익도 줄어들게 된다. 이런 단계가 되면 증시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할 수 없다.

지금은 자산 인플레는 있지만 가격 인플레가 일어날 시점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백신 보급으로 곧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 이익이 증가할 것이다. 여전히 주식을 좋게 보고 있다. 가격 인플레는 2022년에나 염두에 둘 일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