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에서 ‘가는 종목이 더 가는’ 일명 주도주 장세가 올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작년 말 대체적인 증권가의 예상과 달리 연초 기업들의 실적이 고르게 늘어나기보다 종목별로 이익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이익 확대에 따른 주가 상승 동력은 오히려 약해지면서 실적주에 대한 희소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일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이익 전망치가 상향되는 종목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1분기 실적 시즌에도 현재 이익 추세와 같다면 지난해와 비슷한 주도주 장세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2021년 시장 전망’을 내놓으면서 “올해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실적이 상향되면서 그동안 상승장에서 배제됐던 종목이나 가치주의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관측한 곳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해가 바뀌니 올 1분기에도 일부 주도주만 오르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이익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종목별로 이익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실적 개선 종목군이 확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통 연초에는 활발하게 이익 상향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지만 올해는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스타일별 가장 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20일 주가 이격도 상위 종목’, ‘60일 이격도 상위 종목’으로 꼽혔다. 이격도는 주가와 이동평균선 간 괴리 정도를 뜻한다. 결국 그동안 많이 오른 주식이 더 올랐다는 의미다. 이 두 스타일 주식의 올해 수익률은 각각 12~14%에 달한다.

또 ‘3개월 이익 모멘텀’이 있거나 ‘1개월 목표주가를 상향’한 종목 등도 각각 올 들어 수익률이 8.5%, 6.4%로 높은 편에 속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세가 올해도 지속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고 했다. 개인들이 주로 사는 종목이 주도주, 실적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실적 동력이 가장 큰 정보기술(IT), 자동차, 반도체,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업종은 주가가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증권, 철강, 화학, 해운 등 당초 낙수효과가 예상됐던 업종으로의 순환매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런 ‘부익부 빈익빈’ 장세에서 유리한 실적주로 LG디스플레이, 효성티앤씨, 인탑스, GS, 한라홀딩스, 풍산, 테스, LS, 휴온스, 코오롱인더스트리, 실리콘웍스, CJ, S&T모티브, CJ ENM 등을 꼽았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