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2000년 이후 20년 만에 주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개선으로 내년 1분기(회계연도)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영향이다. 마이크론의 발표 이후 미국 반도체 관련주는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나스닥시장에서 마이크론은 4.67% 오른 67.08달러에 마감했다. 2000년 9월 닷컴버블이 사그라들던 시점 이후 20년 만에 종가 기준 최고치다. 마이크론 주가는 최근 석 달 동안 47% 급등했다.

이날 주가가 큰 폭으로 뛴 이유는 2021년 1분기 회계연도 실적 가이던스를 기존 발표보다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내년 1분기 매출을 종전 50억~54억달러에서 57억~57억5000만달러로 올렸다. 매출총이익률은 25.5~27.5%에서 28.5~29.5%로 높였다. 주당순이익은 0.32~0.46달러에서 0.61~0.65달러로 조정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분기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 배경에 대해선 추후 세부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일부 내용에는 반도체 수요 개선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출하량 증가가 기대 이상이고 판가가 양호하다는 점, 모바일·자동차·PC 산업 수요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 신규 메모리의 수율과 원가 안정화 등이 이번 실적 추정치 상향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향후 전망에 대해선 낸드와 비교해 아직 공급 과잉 우려가 남아 있는 D램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고, D램 채널수와 탑재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가이던스 발표 이후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올렸다. 도이치뱅크와 미즈호증권 등은 70달러를 제시했다.

마이크론 영향으로 반도체 관련주도 동반 상승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74% 오른 2709.73에 마감했다. 이 지수도 최근 3개월 동안 15% 이상 뛰었다. 뉴욕증시에서는 웨스턴디지털(5.33%), 램리서치(3.31%) 등 반도체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한국에서도 2일 장이 열리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가가 큰 폭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