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반등장을 주도한 것은 기술주였다.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은 ‘꿈의 영역’으로만 여겨지던 10,000선을 훌쩍 돌파했다. 올해 3월 저점 대비 상승률이 70%가 넘는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90% 치솟으며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 1위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상승률 1위는 일본 마더스(MOTHERS)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더스는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이미 세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기술주 랠리…승자는 나스닥 아닌 日 마더스

올해 상승률 138%

마더스는 도쿄증권거래소의 1·2부 시장에 포함되지 않은 벤처·신흥기업들이 상장된 시장으로 1999년 개설됐다. ‘고성장주와 신흥주식의 어머니’란 뜻으로 정보기술과 헬스케어 섹터 비중이 50%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올해 최저점인 3월 23일 대비 지수 상승률(15일 기준)이 138.3%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닥(90.3%), 미국 나스닥(70.7%), 중국 촹예반(49.9%)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39%)와 비교하면 세 배가 넘는 상승률을 올리고 있다.

마더스가 급등한 이유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추진되는 ‘탈도장 정책’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도장으로 상징되는 아날로그 행정을 철폐하고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개혁을 위한 디지털청을 설립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기관을 시작으로 금융, 통신, 교육 등 전방위적으로 개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더스를 끌어올린 것은 개인투자자다. 요스케 나카무라 NLI 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로이터에 “코로나19와 정부정책 수혜주를 찾는 개인들이 마더스에 몰렸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더스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60%로 닛케이지수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전자행정·문자판독株 수혜

NH투자증권은 프리(Freee), 베이스(BASE), AI인사이드, 일본의료데이터센터(JMDC), GA테크놀로지스를 마더스 내에서 주목할 기업으로 꼽았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일본전담 애널리스트를 두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프리는 디지털 개혁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는 기업이다. 디지털 개혁이 ‘행정의 디지털화’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ERP는 기업의 회계, 물류, 생산, 구매 정보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다. 국내에서는 더존비즈온이 같은 사업을 하고 있다. 프리는 연초 이후 주가가 184% 급등했다. 마더스 내에서 ERP 사업을 하는 다른 업체로 라쿠스도 있다. 이 업체 역시 연초 이후 주가가 119% 올랐다.

AI인사이드는 탈도장 정책의 최전선에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광학적 문자판독장치(OCR)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어 일본의 도장문화와 대척점에 있다는 평가다. AI인사이드는 올해 주가 상승률이 389%로 마더스 기업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메루카리 등 이커머스 ‘관심’

플랫폼 기업들도 디지털화와 비대면 열풍을 타고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가 대표적이다. 일본판 중고나라로 불린다. 마더스 시가총액 1위인 메루카리는 올해 주가가 159% 급등했다. 작년 94억엔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 제작 서비스 업체 베이스도 강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이 급증한 영향이다. 베이스는 올해 주가 상승률이 761%에 달한다.

이 밖에 GA테크놀로지스와 일본의료데이터센터도 유망주로 꼽힌다. GA테크놀로지스는 온라인 부동산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검색부터 계약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비대면으로 이뤄져 주목받고 있다. 일본의료데이터센터는 원격의료 관련주여서 일본 정부의 ‘원격의료 영구적 합법화 추진’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박의명/한경제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