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적표에는 올해 글로벌 산업의 트렌드 변화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ETF와 비접촉 기반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ETF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원유와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최대 90%대의 손실을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상위 10개 중 5개 신재생 에너지

美증시 ETF 성적표로 본 산업 트렌드…신재생·e커머스 뜨고 전통에너지 추락
13일(현지시간) 전문 리서치업체인 ETF닷컴에 따르면 레버리지와 채권형을 제외한 ETF 가운데 올해 미국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상품은 인베스코의 ‘인베스코 태양광 ETF’(티커명 TAN)다. TAN은 올 들어 145.65%의 수익을 올렸다. 이 상품은 태양광 산업에 속한 전 세계 상장사에 분산투자하는 펀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TAN은 포트폴리오 비중 3위(7.1%) 종목인 비빈트 솔라가 지난 1년 동안 네 배 급등하는 등 태양광 기업들의 가치 상승에 힘입어 올해 미국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TAN과 함께 신재생 에너지 테마 ETF 가운데 10억달러가 넘는 펀드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에너지(ICLN)’ ETF는 올해 82.91%의 수익률로 10위에 올랐다. 이 ETF는 S&P 글로벌 클린에너지 지수를 따라가는 상품이다. 선런과 솔라에지, 베스타스 풍력발전 등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ICLN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전체의 성장을 압축적으로 추종하는 ETF로, 미국 대선을 앞두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으로 혜택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수익률 상위 10개 ETF 가운데 5개가 신재생에너지 테마에 속할 만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향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는 설명이다.

미국 증시의 신재생에너지 랠리를 주도하는 것은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이다. 바이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을 약속했고, 당선되면 기후변화 대책에 4년간 2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그린 테마 ETF의 급등이 상당 부분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커머스도 상위권

코로나19 사태의 직접 반사이익을 받은 이커머스 업종도 ETF 시장의 승자로 올라섰다. ETF 수익률 7위와 8위를 프로셰어즈 온라인 소매 ETF(ONLN, 수익률 86.44%)와 앰플리파이 온라인 소매 ETF(IBUY, 85.5%)가 차지했다. ONLN이 아마존과 알리바바, 이베이 등 이커머스를 대표하는 대형 플랫폼사들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반면 IBUY는 펠로톤과 오버스탁, 카바나 등 상대적으로 중소형 규모 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반면 원유와 가스 등 전통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ETF들은 막대한 손실을 냈다. 올 들어 원유가격이 60% 가까이 폭락하면서 수익률 하위 10개 ETF 가운데 4개를 전통 에너지 테마의 ETF가 채웠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