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반등장을 주도했던 미국 기술주가 고평가 논란 속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는 두 신인이 뉴욕 증시의 문을 두드린다.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스노우플레이크와 게임엔진 개발사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각각 30억8000만달러, 10억5000만달러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번주에만 12개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68억 달러를 조달하려 나서면서 우버가 시장에 나섰던 지난해 5월 첫주 이후 가장 큰 IPO장이 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워런버핏이 ‘찜’한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스노우플레이크는 15일(현지시간) 증시에 상장한다. 스노우플레이크의 주요 지지자 중에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있다. 그동안 기술주나 공모주에 투자에 회의적이었던 버핏이 기술기업 공모주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에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진짜 유니콘을 보는 것보다 드문 일”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워런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8일 스노우플레이크 기업공개 이후 317만주를 매입하고 로버트 머글리아 전 스노우플레이크 최고경영자에게서 400만주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벅셔해서웨이의 지분은 19%에 달하게 된다. 기업용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세일즈포스닷컴의 벤처자회사도 313만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예상 공모가를 8일 75~85달러에서 상장일 전날(14일) 100~110달러로 높였다.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내에서도 데이터 웨어하우스 부문에 주력한다. 광범위한 데이터를 ‘댐’에 가둬두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댐‘ 개념이다.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타사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까지 한번에 처리), 데이터 클라우드(타사 클라우드 및 기업 자체 서버 내 모든 데이터를 모아 분석 및 공유)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방경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이터 클라우드는 아마존 웹서비스, 애저, 구글 클라우드 등 다양한 업체들이 경쟁중”이라며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기업을 꼽기 어려운 시장에서 스노우플레이크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데이터 클라우드 시장규모는 올해말 560억달러에서 2023년 말 840억달러까지 커질 전망이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코로나19로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덕에 매출이 급증했다. 2분기(2월 1일~7월 31일) 매출은 2억4200만달러로 작년보다 121% 증가했다. 고객사 중 대기업 비중이 높아 매출이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다만 판매 및 마케팅비 중심의 영업비용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우려요인이다. 작년 영업손실은 3억5809만달러로 작년 매출(2억6475만달러)보다 컸다. 상장 직후에는 주가 변동이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 연구원은 ”줌비디오, 데이터도그,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 최근 2년새 상장한 기술기업들은 상장 후 몇 개월간 주가 변동성이 컸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대 게임엔진에서 종합 미디어 플랫폼으로 도약

유니티 테크놀로지는 지난 2004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게임엔진 개발사다. 이 회사의 유니티 엔진은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과 함께 게임엔진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유니티 엔진은 모바일 게임, 언리얼 엔진은 PC게임에서 각각 우위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게임엔진은 개발자들에게 게임 내에 들어갈 사운드와 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각종 요소를 투입하고, 이들 간의 물리 작용을 설정하는 등 게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국내 게임 소비자들에게 익숙할 ‘킹오브파이터스 올스타’ ‘비트세이버’ ‘폴가이즈’ 등 게임들이 유니티 엔진 기반으로 제작됐다.

사업 측면에서 유니티는 스노우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2018년에 유니티는 매출 3억8075만달러, 영업손실 1억303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매출은 5억4177만달러로 42% 급증했지만 영업손실도 1억5066만달러로 증가했다. 다만 올 상반기에는 매출 3억5132만달러, 영업손실은 5228만달러로 축소되면서 매출 증가와 손실 축소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유니티는 SEC에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기업공개로 조달할 자금을 운전 자금과 부채상환 및 인수합병(M&A)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서는 유니티엔진이 게임을 넘어 가상현실, 빅데이터, 건축, 교육분야에서 종합적으로 활용되는 미디어 제작 플랫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니티 역시 단기 수익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유니티 엔진의 확산에 치중하고 있다. 미국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유니티는 올 상반기 기준으로 게임엔진 판매 수수료 등 '창작 솔루션' 부문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29%에 불과하다. 이는 유니티가 매출 10만 달러 이하의 프로젝트에는 엔진을 무료로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수익은 앱 내 광고 기능 및 앱 관리용 클라우드 등 운영 솔루션 부문(상반기 매출의 61%)에서 발생한다.

미국 리서치업체인 포레스터의 윌리엄 맥키언-화이트 연구원은 "게임엔진은 디즈니의 TV 프로그램인 '만달로리안'의 제작에 활용되는 등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3D그래픽 등 게임산업에서 주로 활용되던 기술이 다양한 분야에서 도입될수록 유니티의 성장성은 높게 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