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냐 중국이냐.’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이다. 두 나라 지수 모두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의 성장주 대부분을 갖고 있고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를 빠르게 수습하고 소비 활성화 기대를 높이고 있다. ‘하반기 해외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성장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양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해외주식 유망 투자처 둘러싸고 '엇갈린 시각'…"美증시 더 간다" vs "中증시가 낫다"

미국보다 중국이 안전?

미국 성장주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자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투자자가 늘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 달 동안 국내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 2억117만달러(약 24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작년 같은 기간(4221만달러)에 비해 377% 늘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지금은 미국보다 중국’이라며 일찌감치 중국 손을 들어줬다. 미국 증시보다 중국이 나은 이유로 △높은 경제 성장세 및 낮은 불확실성 △유동성 △정책 연속성 등을 꼽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중국은 한국과 함께 코로나 사태 수습이 가장 빠른 국가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올 2분기 ‘V자’ 반등에 성공한 중국 경제가 3분기에 5% 이상, 하반기 기준 약 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쏟아지는 미국에 비해 불안이 크게 해소된 덕분이다. 유동성도 풍부하다. 중국 내 신규 사회융자 증가 규모는 상반기에만 18조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60% 늘었다. 사회융자는 은행 대출에 채권 발행액 등을 모두 합쳐 전체 유동성 증감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빚을 내 투자하는 규모를 반영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최근 1조3800억위안으로 증가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기대에 중국 증시는 급등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3일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3458.79를 기록했다. 가파르게 오르던 중국 증시는 16일 4% 넘게 빠지며 투자자들의 의구심을 낳았지만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국 증시에 대한 거품 논란을 반박하는 의견도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신용융자 잔액 규모는 중국 상장사 시가총액 대비 2% 내외에 불과하다”며 “2015~2016년 중국 증시 급락 당시 시가총액 대비 중국 신용융자 잔액 비중은 4.7%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성장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고액자산가 고객을 전담하는 박경희 SNI본부장은 고객들에게 중국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올 하반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8%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며 “5세대(5G) 이동통신망, 전기차 충전시설, 데이터센터 등 신형 인프라 관련 종목이 유망할 것”이라고 했다.

숨 고른 美 증시 더 오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하고 있다. 하지만 요즘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확산된 이유는 코로나19 확진자 수 때문이다. 지난 4월 4만 명대를 밑돌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6만 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민주당이 집권할 경우 법인세율 인상,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서비스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증시에 우호적이지 않은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주택경기 지표 등 일부 소비심리 지표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의 주택경기를 보여주는 미국 주택건설업협회(NAHB) 시장지수는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택경기 등 소비심리 회복은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것도 미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한 S&P500 기업(전체 9%) 가운데 73%는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금융 관련 기업 67%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나 IT 섹터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예상치는 -9.2%로 S&P500 중 양호한 편”이라며 “미국 기업 실적 발표가 당장 주식시장 상승세를 크게 꺾어놓을 요소는 아니다”고 했다. 여전히 미국은 중국에 비해 더 투자가치가 높다는 의견이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