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약 30~40%가 사무 공간을 지금보다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기본 근무 형태로 정착시키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뉴욕과 도쿄의 도심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연말까지 두 배 이상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日 대기업 CEO 40% "사무실 더 줄이겠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145개 대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CEO의 약 40%는 코로나19 이후 사무 공간을 축소하거나 공유오피스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사무 공간 면적을 축소할 계획’과 ‘공유오피스를 활용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각각 37.9%와 34.5%(복수 응답 가능)였다. 사무 공간을 분산하거나 본사 기능을 도심으로부터 이전하겠다는 CEO도 상당수였다.

일본 대기업 CEO의 상당수가 대형 오피스빌딩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린 계기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시한 재택근무였다. 145개사 가운데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이 95.2%에 달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대비해 비용을 줄이고 직원 안전을 보장하려는 측면도 있다. 일본 대기업 CEO의 55.8%가 사업 환경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는 데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말 조사보다 12.4%포인트 늘었다.

뉴욕에서도 ‘오피스빌딩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시 주요 기업 CEO 모임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PFNYC)’이 12개 컨설팅회사와 공동 조사해 20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회사를 비롯한 전문서비스 업체 CEO 가운데 약 25%가 ‘사무 공간을 최소 20%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16%는 ‘사무 공간을 아예 뉴욕 밖으로 옮길 수도 있다’고 답했다. 뉴욕의 전문직 가운데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했다가 직장으로 복귀한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올해 말까지 복귀율도 40%에 그칠 전망이어서 종전과 같은 사무 공간이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PFNYC는 “사무 공간 축소로 2년간 뉴욕시와 뉴욕주(州)가 370억달러(약 44조원) 이상의 세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 확산과 사무실 축소 움직임은 주요 도심 오피스빌딩 공실률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말 도쿄 도심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97%로, 연초보다 0.42%포인트 올랐다. 일본 부동산시장은 연말 공실률이 5%까지 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상반기 11.9%인 뉴욕 맨해튼의 공실률이 연말 2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베이징 도심의 2분기 오피스빌딩 공실률도 14%로, 전 분기보다 2.7%포인트 올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선한결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