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개인투자자 '같은 듯 다른' 투자 성향

도박성 강한 미국 개미들
버핏 등 대가들이 손절한
항공·자동차·여행株 집중매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을 계기로 주식시장에 개미들이 뛰어든 건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는 동학개미, 미국에서는 로빈후드라고 부른다. 이들 중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들이 투자한 종목을 보면 큰 차이가 난다.
'상처난 주식' 사들인 로빈후드…성장株 '콕집어' 담은 동학개미

동학개미들은 대형주, 성장주를 사들였다. 코스피지수가 저점을 찍은 3월 19일 이후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58,000 -1.19%)를 2조138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04,200 -3.70%)(5829억원), 네이버(305,000 -0.65%)(5229억원), 카카오(362,500 +0.55%)(3939억원) 등 포스트 코로나 주도주에 많이 투자한 것. 3월 5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이어진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매도세에도 개인투자자가 순매수로 응수하며 시장을 받친 덕에 코스피지수는 주요국 증시에 비해 빠르게 회복했다. 그래서 이들은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로빈후드’라는 앱으로 주식을 거래한다고 해 로빈후드로 불리는 미국의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 등이 외면하는 ‘상처난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종이었다. 15일(현지시간) 기준 로빈후드가 발표한 ‘사용자에게 가장 인기있는 주식’ 상위권은 항공(델타항공, 아메리칸에어라인)과 자동차(포드), 여행(카니발) 관련주 등이었다.

이들은 투자 대가들이 손절한 주식을 매수하며 월가의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아메리칸에어라인과 허츠가 대표적이다.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2일 항공주 지분을 매각했다고 밝혔지만 로빈후드는 매수에 나서며 아메리칸에어라인 주가는 이달 15일까지 56.95% 올랐다.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렌터카업체 허츠가 지난달 22일 파산신청을 한 직후 주식을 처분했다. 22일 2.84달러였던 주가는 로빈후드의 매수세에 이달 8일 주가가 5.53달러까지 뛰었다.

로빈후드 앱 내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아메리칸에어라인을 보유한 사용자는 1만5000명에서 15일 64만 명으로 폭증했고 허츠도 사용자 16만 명이 보유 중이다. 지난 8일 수소트럭기업 니콜라 주가가 하루 만에 104% 폭등한 것도 개인이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빈후드의 투자행태를 두고 현지에서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이 주식시장의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조지프 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연구원은 “기존에 대형주로 인식되던 종목들이 코로나19로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자 지급 여력이 생겼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유입된 것”이라며 “항공주와 렌터카주를 산 것은 미국 교통안전청(TSA)이 항공여객이 증가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긍정적으로 분석한 셈이다.

증시 버블을 유발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과 스포츠 도박 계좌에 있던 돈을 모두 로빈후드 앱에 옮긴 스티븐 영의 사례를 소개하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주식시장에 들어온 투자자의 상당수가 스포츠 도박을 하듯 주식을 거래한다고 보도했다.

리온 쿠퍼맨 오메가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개인투자자의 투기성 주식 거래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결국 눈물을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는 이효석 SK(233,500 -1.68%)증권 연구원도 “로빈후드는 미리 정한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고, 누군가 그 가격에 팔아주길 바라는 소극적 투자자가 아니라 가격을 움직이는 적극적 투자자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증시의 강력한 버블 신호로 해석된다”고 진단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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