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이 1000억원어치 회사채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했다. 최근 주요 건설사가 실적 부진 우려로 목표했던 물량을 연이어 채우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다. 안정적인 수주 실적과 비교적 높게 제시한 금리 수준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는 분석이다.

SK건설 회사채 '완판'…건설업 잔혹사 끊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이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194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키움증권과 KB증권이 발행 주관을 맡았다. 건설업종 회사채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두 배 가까운 금액이 몰려들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최근 건설 관련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한화건설이 지난달 말 시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 단 한 건의 매수주문도 받지 못한 데 이어 이달 4일엔 GS건설도 수요 확보에 실패했다. 모집액 1000억원의 31%인 310억원만 들어왔다. 건설기계업체인 현대건설기계와 건축자재업체인 KCC 역시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목표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건설업황이 나빠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관들이 선뜻 건설업종 회사채 투자에 나서지 못한 탓이다.

SK건설은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평소보다 채권 금리를 대폭 높이는 전략을 통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 회사는 회사채 희망금리를 2년물은 최고 연 3.6%, 3년물은 최고 연 3.8%로 제시했다. 유통시장에서 거래할 때 기준이 되는 시가평가 금리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SK건설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일곱 번째로 높은 ‘A-’다.

탄탄한 실적도 투자수요를 모으는 데 한몫했다. SK건설은 최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SK그룹 계열사들의 생산공장 건설 등에 참여하며 수주 규모를 크게 늘렸다. 그 덕분에 라오스 댐 붕괴 사고에 따른 손실 등으로 2018년 867억원까지 줄었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2710억원으로 늘렸다. 올 1분기 영업이익(1256억원)도 전년 동기(626억원)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SK건설이 완판에 성공하면서 A-등급 회사채 발행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풀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반적으로는 분위기가 나쁘지만 실적과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기업의 채권은 소화될 수 있음을 SK건설이 보여줬다”며 “신용도가 비슷한 다른 기업도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면 성공적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