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증권 대표가 母회사 M&A 나섰다는데…
경영권 분쟁 중이던 코스닥 조선기자재업체 케이프가 돌연 새 주인을 맞이한다. 경영권 인수자는 케이프 계열인 케이프투자증권의 임태순 대표(사진)로 확인됐다. 임직원이 경영권을 인수하는 일종의 MBO(management buyout)에 나서는 셈이다. 임 대표는 2016년 사모펀드(PEF)를 활용해 케이프의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다. 이번에도 시장에서 자금을 모아 모회사 인수에 나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케이프투자증권 인수합병(M&A) 때 빌린 자금을 아직도 갚지 못한 상황이어서 임 대표가 추가로 자금을 끌어와 케이프를 인수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프는 기존 최대주주인 김종호 회장과 부인 백선영 씨가 보유한 케이프 지분 522만 주(18.24%)를 템퍼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양도가액은 총 399억원이다. 주당 매각 단가는 7630원으로 케이프 주가(3980원)에 91.71%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케이프증권 대표가 母회사 M&A 나섰다는데…
템퍼스인베스트먼트는 임 대표가 최대주주인 템퍼스파트너스를 통해 지배(지분 70.59%)하고 있는 장외업체다. 사실상 임 대표가 인수하는 셈이다. 템퍼스인베스트먼트는 30억원을 계약금으로 내고, 잔금을 8월 말 지급할 예정이다. 잔금 납부가 마무리되면 케이프 지분 23.7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경영권 지분 인수 계약에 앞선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케이프 지분 5.51%를 블록딜로 취득했다.

임 대표는 KTB금융그룹 출신으로 M&A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2015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취임하면서 케이프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2016년 LIG투자증권 인수를 주도한 이후 케이프투자증권 대표를 맡고 있다.

당시 임 대표는 PEF를 활용해 복잡한 인수 구조를 짰다. 케이프의 완전 자회사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2016년 케이프2016사모투자합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투자목적회사인 이니티움2016을 세워 LIG투자증권 지분 82.35%를 인수했다. 케이프는 이 과정에서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300억원대 자금을 빌려줬다.

당시 총 인수자금 13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산은캐피탈 등 투자자(LP)를 대상으로 인수금융을 끌어왔다. 인수금융의 대출금리는 중순위 기준 연 7.5%에 이른다. LP들에는 일정 기간 안에 케이프증권을 매각하지 못하면 풋옵션(주식을 정해둔 가격에 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한 기관투자가는 “임 대표가 김 회장과 이견이 생기면서 아예 케이프 경영권 인수에 나선 것”이라며 ““풋옵션 만기가 이제 1년 남았는데 케이프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임 대표는 케이프 경영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는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과 연계에 나선 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 회장은 자신이 설립한 KHI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주식과 전환사채(CB)로 케이프 지분 약 14%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과 임 대표는 서강대 동문으로 각각 서강대 총동문회에서 회장,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로 인해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협력설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서강대 총동문회 회장단은 김광호 회장 아래 15명의 수석부회장과 72명의 부회장으로 구성돼 둘이 각별한 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김 회장의 케이프 인수 시도를 거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아직 딜이 끝나지 않아 앞으로의 계획을 내놓기 어렵다”며 “수월하게 계약을 종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