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계약을 종료할 수도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달 말 현대산업개발에 6월27일 거래 종료 시한을 언급하며 "이때까지 인수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야만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작년 12월27일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228억원에 사고, 2조1771억원 가량의 유상증자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6개월 후인 오는 27일까지 거래를 종결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해외 기업결한승인심사 등 다양한 선결 조건에 따라 합리적인 기간만큼 종결 시한을 늦출 수 있게 돼 있다. 최장 연장 시한은 올해 12월27일까지다.

하지만 채권단은 "인수 의지를 밝히지 않은 채 무조건 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의지를 밝히든지, 아니면 '플랜B'를 가동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셈이다. 채권단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전환한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해 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공문에 대해 아직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큰 타격을 받은 만큼, 현대산업개발이 당장 인수 의사를 공표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가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1분기 말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6287%, 별도 기준 1만6883%에 달한다. 총 1조1161억원에 달하는 자본금 중 남아 있는 것은 709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4월부터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항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영구채 인수(자본확충) 및 대출 등의 방식으로 1조7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오는 11월까지 부족자금을 메우는 수준에 불과하다. 오는 12월부터 내년 이후의 상황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산업개발은 당초 2조1771억원의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을 300% 아래로 떨어뜨리겠다는 구상을 세워 놨다. 그러나 지금은 이 정도 자금으로는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는 수준에 그칠 뿐,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주요 운항지역 중 하나인 러시아 정부가 아직 기업결합승인을 내주지 않아 거래 종결의 선결 조건도 다 채워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러시아의 승인이 곧 날 예정이기 때문에 6월 말까지 거래를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최후 통첩'은 현대산업개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인 태도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과의 만남을 거절하고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양측은 내용증명 등 공문의 형태로만 소통하는 중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현산이 협상을 원하기만 한다면 전면적으로 인수 내용을 재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인수 의지를 표명해야 그게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06월05일(14:25)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