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은 국내 증시 추가 상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통한다. 올해 23조원어치 주식을 팔고 떠난 외국인 투자자들을 다시 국내 증시로 불러들일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져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산다면 반도체주부터 살 것으로 내다봤다.
힘 빠지는 强달러…외국인 다시 돌아오나
원·달러 환율 코로나19 이후 최저

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2원30전 내린 1204원80전에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후 최저치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1156원40전에서 지난 3월 19일 1285원70전으로 치솟은 뒤 5월 말까지도 1200원대에서 맴돌았다. 이달 들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고 있고, 미·중 갈등도 생각보다 심각하게 전개되진 않아서다. 유럽 국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한 공동 대응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국내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한 것도 도움이 됐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나 극심한 미·중 분쟁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를 들고 있을 유인이 줄었다”며 “달러 약세가 더 이어져 원·달러 환율은 올해 말 1185원, 내년엔 1150원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힘 빠지는 强달러…외국인 다시 돌아오나
원·달러 환율이 낮아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달러를 한국 원화로 바꿔 투자하기 때문에 환차손이나 환차익에 민감하다”며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강세)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위한 첫 번째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순매수액은 대체로 역의 관계를 보이고 있다. 2009년 3월 150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2011년 7월 1060원대까지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2조원어치 주식을 쓸어담았다. 2016년 2월 1200원대이던 환율이 2018년 2월 1050원대로 하락할 때도 외국인은 22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시각에서 국내 증시를 보고 싶다면 미국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iShares MSCI South Korea’(코드명 EWY) 상장지수펀드(ETF)와 한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KODEX MSCI Korea’를 비교해 보면 된다고 말한다. EWY는 올 들어 3월까지 최대 37.3% 하락해 KODEX MSCI Korea(31.0%)보다 낙폭이 컸다.

김찬영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두 ETF는 유사한 지수를 따르지만 EWY를 통해 투자하는 경우 원화 수익률에 환차손이 반영돼 낙폭이 더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지난 5일까지는 각각 12.0%와 8.2%로 EWY 상승률이 높았다. 원·달러 환율이 내리면서 이제는 외국인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외국인 대형주 담을 것”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재유입되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의 상승세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주 중에서는 반도체주가 첫손에 꼽힌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가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떠날 때나 돌아올 때나 반도체주부터 팔고 산다”며 “이번에도 반도체주를 먼저 사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를 10조8000억원어치 팔았다. 전체 순매도액의 42%에 해당한다. 자동차(2조6000억원), 은행(1조7000억원), 에너지(1조5000억원), 화학(9000억원) 등의 순매도액을 한참 웃돈다.

원·달러 환율 범위에 따라 외국인이 주로 사는 업종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1180~1200원일 때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1160~1180원에선 조선과 디스플레이, 1140~1160원에서는 소프트웨어와 건설을 많이 순매수했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수출 비중이 큰 까닭에 외국인은 글로벌 경기가 식으면 한국 주식을 가장 먼저 팔고,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기미를 보이면 한국 주식을 가장 먼저 산다”며 “글로벌 경기 반등 기대가 지속되느냐도 외국인 자금 유입을 좌우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