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상승하자 개인투자자들이 ‘빚투자’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금(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 증가 속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폭락한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올라오자 개미들이 다시 ‘빚투(빚을 내서 투자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6조원대로 떨어졌던 신용거래융자금액도 약 두 달 만에 10조원으로 늘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금은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로 주가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급속히 줄며 25일 6조4075억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2011년 1월 24일 이후 최저치다.

하지만 반등장에서 빠른 속도로 융자금이 늘었다.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기에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 때문에 신용거래융자금이 늘어난다. 이번 반등장에서는 그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코스피지수가 반등을 시작하자 신용거래융자금도 3월 26일부터 36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이달 19일 10조1410억원까지 늘었다. 하루평균 1131억원 증가한 셈이다.

과거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저점부터 고점까지(2007년 2월 5일~6월 26일) 하루평균 675억원 늘었고, 금융위기 직후(2008년 10월 31일~2011년 5월 2일)에는 93억원 정도밖에 늘지 않았다. 신용거래융자금이 크게 증가한 다른 시기를 봐도 각각 하루평균 215억원(2015년 1월 5일~7월 27일), 168억원(2016년 12월 12일~2018년 6월 12일)에 불과했다.

빚투 급증에는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워 대규모 빚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미국 대선 등 여전히 증시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이 남아 있고 재정정책을 통한 금융시장 안정에도 한계가 있다”며 “기업 이익 전망이 좋은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은 돈을 빌려 유가증권보다 코스닥 종목을 많이 샀다. 셀트리온(782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827억원), 씨젠(39억원) 등이 이 기간 신용거래금액이 크게 늘었다.

한경제/양병훈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