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이냐, 추가 하락이냐…전문가들도 전망 엇갈려

3분기부터 경기 회복세
경기·기업실적 우려 이미 반영돼
과거 실물경제 최악때 반등 시작

증시 회복세 더딜 수도
코로나 이후 부채 늘어난 기업들
투자 줄어 경기활력 약화 가능성
기로에 선 코스피…"유동성 효과로 탄력" vs "바닥 찍었는지 불확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며 지난 3월 19일 1457.64를 찍은 코스피지수는 약 한 달 만에 1900선을 다시 밟았다. 말 그대로 ‘V자 반등’이었다. 이후 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더니 지수 그래프는 점점 ‘나이키 곡선’을 닮아가고 있다.

최악은 지났다는 공감대는 마련됐지만 6개월 뒤, 1년 뒤를 놓고는 낙관론과 신중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경제활동 정상화가 순탄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내외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물경제와의 괴리에 불안한 시장

시장이 코스피지수 2000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실물경제와의 괴리 때문이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 1분기 -1.4%(전기 대비)를 기록했다. 민간 소비가 6.4% 급감한 탓이었다. 2분기에는 소비가 다소 살아나겠지만 제조업 수출은 큰 폭의 감소세가 예상된다. 정성태 삼성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매출 급감으로 일부 기업은 감산에 들어가거나 투자를 미루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1.2%로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로에 선 코스피…"유동성 효과로 탄력" vs "바닥 찍었는지 불확실"

기업 실적도 마찬가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3조원으로 3월 말 30조4000억원, 4월 말 24조4000억원에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증시를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며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로 올라도 괜찮을지 투자자들이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오를 수 있을지는 미국 등 해외 증시에서도 관심거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월스트리트(금융시장)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 간 크게 벌어진 격차를 최근호 표지로 실었다. “투자자는 자신들이 미국 중앙은행의 지지를 입었다고 생각하지만, 몇 달 뒤 시장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낙관론자들 “유동성의 힘 믿어야”

낙관론자들이 시장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거대한 유동성과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경기 회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는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돼 있다”며 “앞으로 유동성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2차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증시는 항상 실물 경제가 최악일 때 바닥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나올 만한 악재가 다 나오고,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판단될 때 투자자는 앞으로 좋아질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코스피지수가 반등하기 시작한 건 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이었다. 이경민 팀장은 “가장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최저치를 봐도 국내 기업 실적이 3분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으로 나온다”며 “2분기가 바닥이라면 증시 상승세가 지금 멈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올해 미국이 재정과 통화정책으로 푼 부양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9.9%로 2009년 당시의 20.6%를 한참 웃돈다”며 “3분기부터 본격화될 세계 경기 회복을 생각하면 국내 증시가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달라진 현실 직시해야”

신중론자들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야 한다”고 지적한다. 순수한 경제 문제가 아닌 전염병과 엮여 있기 때문에 회복세가 깔끔한 곡선을 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면서 2차 확산이 발생하지 않을지, 2차 확산이 없더라도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완벽히 돌아갈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크다”며 “지난 3월처럼 증시가 폭락할 가능성은 낮더라도 투자자의 기대만큼 증시 회복세가 빠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부장은 “198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30% 이상 떨어진 게 여섯 번인데, 이 중 바닥이 네 번 나타났다”며 “국내 증시가 진짜 바닥을 찍었는지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도 문제다. 부채가 대폭 늘어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경기 화력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불황’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화로 비용이 늘면서 기업 이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형렬 센터장은 “최악은 지났다는 안도 랠리가 끝나면 시장이 저성장·저물가·기업 체력 약화라는 달라진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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