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형 주가연계펀드(ELF)가 국내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 가운데 사모펀드와 주가연계신탁(ELT)이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입하기 어려워지자 ELF가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ELF의 수익률 구조를 결정하는 변수인 해외 주요 주가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락한 상태여서 수익률 측면에서도 매력이 커졌다는 평가다.

11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공모 ELF에는 874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3개월 기준으로는 1조489억원에 달한다. 3월 이후 신규 설정된 펀드 235개 가운데 201개가 ELF일 만큼 관심이 뜨겁다. ELF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가연계증권(ELS) 여러 개에 투자해 펀드로 묶은 상품이다. 증권사가 발행 및 판매하는 ELS와 달리 ELF는 자산운용사가 구성하고 대부분 은행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ELF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통상적인 지수형 ELF는 환매 시점에 기초자산이 되는 각국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설정 시점의 지수가 낮을수록 쿠폰 수익률이 높고 손실 가능성은 작아지는 구조다.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쿠폰 수익률이 연 10%대에 달하는 ELS가 속출하자 이들을 엮은 ELF의 수익률 역시 평균 연 7%대로 높아졌다.

여기에 ELF보다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ELT가 금융당국의 고위험 투자상품 투자자 보호 대책에 따라 판매 잔액이 제한되자 비슷한 수익구조를 갖춘 ELF로 자금이 몰렸다는 설명이다.

ELF의 발행을 맡은 운용사들도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상품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펀드 설계 단계에서 자동 조기상환 조건을 이전보다 낮추고, 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원금과 수익을 보장하는 리자드 조건을 삽입하는 등 안정성을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