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전방위적으로 현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보유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사업까지 내다팔며 선제적으로 곳간을 채우고 있다.

공장 팔고 사업 떼내고…대기업들까지 현금확보 나서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타 법인 주식과 출자증권 처분을 결정한 기업은 26곳이다. 이들이 매각했거나 매각을 결정한 주식 규모는 2조319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786억원)의 세 배에 달하는 규모다.

LG전자는 다음달 계열사인 LG홀딩스홍콩 지분 49%를 리코창안유한회사에 6687억5929만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대유에이텍과 유선 통신장비 제조업체 대유플러스는 최근 보유 중이던 스마트저축은행 주식을 미래테크원, 미래코리아 등에 팔았다.

대기업에 비해 자금 상황이 빡빡한 코스닥 상장사들은 더욱 분주하다. 위메이드, 한솔시큐어, 한류AI센터, 에스맥, 바이오톡스텍, 에스모머티리얼즈 등이 자회사 및 투자 회사 지분을 팔아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 회사를 설립한 뒤 파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오는 5월 비데 변기 등 요업 제품 판매를 주로 하는 이누스사업부를 분할해 신설 회사(이누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누스 지분 100%를 이앤에프프라이빗에쿼티(ENF PE)에 2170억원에 매각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돈이 될 만한 부동산 또는 공장을 처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올 들어 경방, LG하우시스, 영흥철강 등 13개 기업이 3432억원어치의 유형자산 처분 및 양도를 결정했다. 전년 동기(738억원)보다 네 배 이상 많은 액수다.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되기 전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달 회사채 발행 금액은 8조9970억원에 달했다. 월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매진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이후 매수자를 찾는 작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고 했다.

김은정/이상은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