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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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 아래로 주저앉으면서 빚을 내서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이 반대매매 우려에 떨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했지만 잠재적 반대매매 물량인 신용거래 잔액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증시가 추가 조정을 받으면 반대매매 물량과 함께 이를 막기 위한 개인 투자자들의 타종목 손절 물량이 쏟아져 연쇄적 폭락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종목에 대한 개인의 신용잔액은 지난달 27일 10조2962억원까지 불어났다. 신용잔액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 등에서 빌린 돈으로, 지난해 8월9일 연중 저점(8조130억원)을 찍은 뒤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뒤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됐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4일 2243.59로 월간 고점을 찍은 뒤 급락했지만 신용잔액은 14일 10조2950억원에서 24일 10조5436억원으로 되려 높아졌다. 이후에는 신용잔액도 하락세로 돌아서 27일 10조2962억원까지 떨어졌으나 여전히 연초(9조2133억원)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

증시가 코로나19 사태로 조정을 받은 뒤 개인은 '저가 매수' 전략을 써왔다. 조정은 일시적이며 곧 대세 상승장이 이어질 거라는 낙관적 전망에서다. 지난 14일부터 최근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은 5조10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6630억원, 8379억원씩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조정폭이 예상보다 크고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인은 당장 반대매매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신용잔액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건 아직 반대매매가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조만간 추가 조정을 받으면 물량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잔액을 종목별로 보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우량주가 많다. 물론 코스닥 중소형주도 적지 않다. 금투협회 관계자는 "신용잔액이 상장 주식의 10%를 넘는 중소형주도 적지 않다"며 "반대매매 시점이 되면 이들 종목은 10% 이상이 증시에 한꺼번에 풀리면서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대매매 국면이 본격화하면 연이은 투매로 증시 전체가 휘청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코스피지수가 3% 이상 폭락한 지난 28일에도 반대매매로 추정되는 물량 덤핑은 제한적이었다"며 "이번주 추가 조정이 생기면 쏟아져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