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이 올해까지 5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 가능성이 커지며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국순당은 대표 제품인 ‘백세주’ 매출이 저조한 가운데서도 밴처캐피털(VC) 펀드에서 거액의 수익을 냈지만 최근엔 투자 수익까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고전하고 있다.

믿었던 투자 수익마저 마이너스…'퇴출' 위기 몰린 국순당
20일 코스닥시장에서 국순당은 5원(0.18%) 내린 2759원으로 장을 마쳤다.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순당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봤다. 2015년 ‘가짜 백수오’ 사건이 터지면서 국순당 영업이익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백수오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이엽우피소를 제품에 사용해 발각된 일이다. 당시 국순당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중에 유통 중인 백세주를 전량 회수했지만 시장 심리는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월 국순당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관리종목은 상장법인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영업실적 악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하는 종목을 뜻한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통상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수 없고, 신용거래도 금지돼 수급 측면에서 타격이 크다.

국순당은 올해도 적자를 내면 5년 연속 영업손실 사유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올 상반기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18억원 적자를 냈다. 4분기 41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면 내년 3월 증시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매출 축소가 지속되고 있어 영업이익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순당 매출은 2015년 이후 연평균 8%씩 감소하고 있다.

다만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고 해서 모두 상장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국순당은 영업이익 적자에도 2017년부터 VC 펀드 배당 등을 통해 총포괄손익이나 잉여현금흐름은 흑자를 보였다. 또 90억원의 투자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 영업이익에서 까먹은 수익을 금융 투자와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만회하는 구조다.

국순당은 VC 중 하나인 지앤텍벤처투자의 지분 96.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앤텍벤처투자는 3분기 기준 208억421만원의 총자산을 보유 중이며 17억2014만원의 당기순익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3분기에는 지분 98%를 보유했던 IMM16호 기업구조조합을 처분하면서 24억3553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펀드의 포트폴리오 종목엔 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이 포함돼 있는데 바이오주가 올해 부진하며 이 펀드에서 18억4742만원의 총포괄손실을 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순당은 현금성 자산이 많고 부동산도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 손실을 보긴 했지만 당장 부실 위험 판단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