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지분 블록딜의(시간외 대량매매)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공매도에 악용한 사례가 적발됐다. 홍콩의 한 자산운용사 소속 펀드매니저가 외국계 블록딜 주관사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얻고 공매도로 5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13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시장질서교란행위 규정을 위반한 홍콩 자산운용사 수석펀드매니저 A씨에게 과징금 5억827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증선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초 사모펀드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현대로템 지분 9.7%(823만 주)를 블록딜로 처분한다는 정보를 단독 주관사였던 B사의 주관 투자자 수요 예측 과정에서 입수했다. 그는 해당 정보가 공개되기 전 자신이 운용 중인 펀드에서 현대로템 주식에 대한 공매도 주문을 내 5억827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통상 블록딜을 하면 국내외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을 거쳐 시가에 일정 할인율이 적용된다. 블록딜 직후 단기 차익매물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하락한다. 지난해 5월 3일 현대로템 주가는 블록딜 여파로 17.18% 급락했다. 이처럼 주가가 급락함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수록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공매도 주문을 낸 A씨는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의 다자간 양해각서에 따라 해외 감독기관과 상호 모니터링 등 긴밀한 공조를 통해 처리됐다. 증선위 과징금은 A씨 부당이득 수준에 그쳤다.

증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 신뢰 확보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질서교란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적발 시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선위는 이날 회의에서 코스닥 의료기기 제조업체 셀루메드의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관련해 검찰에 통보하기로 했다. 과태료 3750만원과 함께 과징금도 부과할 예정이다. 감사인 삼화회계법인에 대해선 손해배상기금 추가 적립 20%, 2년 셀루메드 감사 업무제한 조치를 의결했다. 셀루메드는 주식 거래가 중단되고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된다.

오형주/조진형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