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의 투자은행(IB) 부문은 올해 상반기 순영업수익 1443억원을 거뒀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채권 발행 주관 등 기존 핵심 사업의 수익성이 증대된 가운데 사모펀드(PE)와 중소·중견기업금융(SME) 등 신규 사업 부문이 양적·질적 성장을 이룬 덕분이다.

KB증권은 올해 IB 부문을 기업금융을 담당하는 IB1총괄본부와 프로젝트금융을 총괄하는 IB2총괄본부로 나누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를 적시에 파악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조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업 인프라 개선도 눈에 띈다. 2017년부터 구축해온 IB영업 지원시스템을 전면 개선했다. 실시간으로 IB딜과 기업 정보를 교환하고, 영업 정보를 축적해 자산화하고 있다. 영업 현안이 경영진에 바로 공유돼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딜 속도감이 더욱 높아졌다. 신속한 대(對)고객 대응으로 신뢰를 높였다. 또 기업의 기업금융 담당자들과 KB증권의 모든 영업 직원이 정기 세미나를 열어 기업별 맞춤 재무 솔루션을 함께 고민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해 구체적인 영업 전략을 도출하고 있다.

올해 채권 발행 시장은 차환 발행과 기업 운영·인수 자금 수요가 겹치며 활황을 누렸다. 그만큼 채권 발행 주관사가 되기 위한 증권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KB증권은 상반기에 채권 발행 주관 시장점유율 21%로 8년 연속 1위를 지켰다.

국내 발전자회사 최초인 한국수력원자력의 소셜본드 발행을 주관했고, 국민은행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도 맡았다. 고객의 재무 상황에 맞는 선제적인 영업 제안으로 CJ헬스케어,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채권 발행을 주관하며 쌓은 기업과의 관계는 다른 거래로도 이어졌다. CJ헬스케어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제너시스BBQ의 자금 조달 자문, 아스트와 나이벡의 유상증자, SK매직과 삼일에코스텍,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 등을 맡았다. 이렇게 KB증권은 올해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에서 대·중견기업 6건, 중소기업 38건 등 총 44건의 IPO 대표계약을 체결하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직접 자본을 투자해 투자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투자형 IB’로도 발전하고 있다. KB증권은 발행어음으로 확보한 자금과 KB금융그룹의 기업 네트워크, KB증권 내 성장투자본부·ECM·SME 조직 간 유기적 연계로 유망 기업 발굴·투자에 나서고 있다.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활용한 대출과 지분 투자는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KB증권은 단기 수익 실현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 확대,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기업들의 영업 환경 악화와 주식시장 침체가 우려되지만 폭넓은 고객 기반과 딜 소싱 역량 등 보유 강점을 십분 활용해 IB 부문의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