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증권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합작법인(JV)을 만드는 것에 대해 "선두업체와 기술격차 축소가 가능해 긍정적"이라고 24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자율주행기업 앱티브와 JV를 설립하고 2022년까지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현금 1조9100억원, 엔지니어링 역량과 지적재산권 공유 등으로 약 4800억원을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수를 하기에는 재무적, 기술적 부담이 있고 50% 미만의 지분만 투자하기에는 기술 내재화의 한계가 크기에 50:50 JV 설립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표면상으로는 50:50 공동경영 체계이지만 앱티브가 실질적으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1조9100억원을 들여 현대차가 104만1주, 기아차가 56만주, 현대모비스가 39만9999주로 JV의 지분 50%를 가져가지만, 앱티브는 현금을 출자하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0여명에 달하는 인력을 출자했을 뿐"이라며 "완전자율주행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기술우위를 점한 앱티브가 JV의 우위도 차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1주가 부족해 10%가 되지 않는 9.99998%"라며 "첨단 주행보조시스템(ADAS) 시장에서 경쟁 관계에 있기에 앱티브의 견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문 연구원은 이번 JV 설립이 현대차와 기아차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모, 크루즈, 우버 등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선 다른 기업들은 이미 GM, 포드, 르노 등 완성차 업체와 협력관계를 구축한 탓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독자적으로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앱티브는 자율주행기술에서 세계 3위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와 주요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없어 현대차그룹과 밀접한 제휴가 가능했다"고 했다. 또 "JV가 수년간은 적자를 지속하겠지만, 선행기술투자인 만큼 우려할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중립적, 만도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도 내놨다. 현대모비스는 JV를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하겠지만, 10%에 미달하는 지분율에서 보듯 앱티브가 기술유출을 지속 견제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그룹 내 차세대 모빌리티에서 JV에 밀려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문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완전자율주행기술은 JV와 현대모비스로 이원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만도의 입지가 불투명하다"며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실적 영향은 없겠지만 ADAS에서는 현대모비스와 경쟁 심화, 완전자율주행기술에서는 활로 모색에 난항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