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 식품회사인 풀무원이 자본확충을 위해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선다. 오랜 기간 해외사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늘어난 재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영구 CB는 발행회사가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고, 투자자는 일정 시점부터 발행회사의 신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풀무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이 다소 부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자금조달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00억 CB 발행하는 풀무원…적자 털어낼까
자본 확충 위해 영구 CB 발행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다음달 말 700억원 규모의 영구 CB를 발행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BBB+’ 신용등급을 받고 본격적인 발행 작업에 들어갔다. 10개 ‘투자적격’ 등급 중 여덟 번째에 해당한다. 풀무원 자체 신용도(A-)보다는 한 단계 낮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주관을 맡고 있다.

이번에 나올 영구 CB 만기는 30년이다. 발행 후 5년이 지나면 풀무원이 조기상환권(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어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시가평가한 이 회사 5년 만기 채권금리에 2.5%포인트를 얹은 수준으로 금리가 재조정된다. CB 발행금리, 주식 전환가격 및 시점 등 구체적인 조건은 향후 투자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풀무원은 영구 CB 발행을 통해 10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300억원)을 갚고, 자본 규모도 늘릴 방침이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부채 증가로 풀무원의 재무적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2.9배였던 이 회사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올해 6월 말 4.3배로 뛰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76.2%에서 269.0%로 높아졌다.

풀무원식품에 발목 잡혀

100% 자회사인 풀무원식품의 해외사업 부진 지속 여파가 크다는 평가다. 풀무원식품은 지속적인 설비투자,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웠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적자를 쌓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시장에 진출한 201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외사업에서 총 2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재무적 부담이 커지자 모회사인 풀무원으로부터 잇달아 자금을 지원받았다. 풀무원식품은 2015년 출자전환으로 700억원, 지난해 유상증자로 600억원을 조달했다.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가 동반되면서 풀무원 주가는 장기간 내리막을 타고 있다. 2015년 10월 중반까지 2만원대를 유지하던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9일 8940원(종가)까지 떨어졌다.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증발했다.

4년 전 풀무원의 영구 CB(300억원)와 영구 신주인수권부사채(BW·400억원)를 사들인 투자자들도 기대했던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2015년 8월 연 2.5%의 금리로 발행된 해당 CB의 주식 전환가격과 BW의 신주인수권가격은 2만3659원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만큼 투자자들은 내년 8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원리금을 회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풀무원이 투자자들에게 어느 수준으로 전환가격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