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株시장 '꽁꽁'…하반기 4번째 상장 철회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회사들이 연달아 ‘백기’를 들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여파로 증시가 침체하면서 IPO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시스코스메틱 상장 철회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마스크팩 등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이시스코스메틱이 상장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기로 했다. 상장한 화장품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밑돌고, 주요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둔화하면서 흥행 부진을 우려해 상장을 미루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이 자진 철회를 택한 것은 하반기 들어 네 번째다. 지난 7일에는 유아동 콘텐츠 기업인 캐리소프트가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공모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달에는 사회적 기업 1호 상장을 노리던 제너럴바이오와 노래방 반주기 시장 1위 기업인 금영엔터테인먼트가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철회 신고서를 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최근 증시가 침체하면서 공모주 시장에도 냉기가 흐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업체인 보난자제약과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을 추진하던 페이게이트가 거래소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미승인을 받았다.

하반기 상장을 예정하고 있는 대형 공모기업들의 성적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역대 공모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중 최대 규모로 주목받는 롯데리츠는 10월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목표로 공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낸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에너지솔루션, 심사를 받고 있는 침대 매트리스 등 제조사 지누스도 올해 IPO 대어로 꼽힌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연내 상장 여부도 업계의 관심이다.

공모주 시장은 차별화 장세

최근 공모주 시장의 승률(상장 첫날 종가와 공모가 대비 기준)은 50% 수준이다.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10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하는 공모기업이 있고, 투자자에게 외면받아 실권주를 낳는 기업도 여럿이다. IB업계에서는 공모가가 기업 가치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는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적은지 등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리는 ‘차별화’ 장세라는 평가다.

지난 20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닭고기 가공업체 마니커에프앤지는 상장 첫날 장중 공모가(4000원)의 2.5배 수준인 1만400원까지 뛰었다. 상장 이틀째인 21일에는 공모가 대비 107.5% 오른 83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산업용 갠트리 로봇을 제작하는 에스피시스템스 역시 이날 공모가(4900원)보다 70% 오른 8330원으로 장을 마쳤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공모가 3만4500원으로 지난 5일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한 2차전지 공정장비 제조사 코윈테크는 이날 공모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2만6350원으로 마감했다. 공모가 2만7000원으로 지난 1일 코스닥에 입성한 슈프리마아이디도 이날 공모가를 밑도는 1만9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주 시장이 활황을 맞았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서는 차별화 장세 속에 공모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이우상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