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 상장 완구사 손오공의 중장기 성장성을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바비’ 인형 제조업체 미국 마텔(지분율 11.9%)이 다음달로 예정된 유상증자에 불참하기로 하는 등 파트너십 강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회사 안팎에선 “손오공이 마텔 제품의 단순 수입·판매 역할에 치중하다가 상품 기획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대주주 마텔 유상증자 불참에…손오공 'BTS 인형 특수' 기대 식나
20일 코스닥시장에서 손오공은 1880원에 장을 마쳤다. 마텔이 제조하는 방탄소년단(BTS) 인형(사진) 독점 판매계약 소식 등에 힘입어 오름세를 타던 지난 3월 최고가(3085원) 대비 40% 가까이 하락했다.

손오공이 다음달 10일을 납입일로 추진 중인 88억원(잠정액) 규모 유상증자에 마텔이 불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투자자에게 실망감을 안겼을 것이란 분석이다. 마텔이 불참 사실을 공시하기 직전인 지난달 8일 주가는 2480원으로 유상증자 발표 당일(6월 24일)의 2555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50억원어치 BTS 인형 구매대금 마련 등을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손오공은 “증자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최대주주 지위와 사업 파트너로서의 관계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마텔이 판단했다”고 불참 배경을 설명했다. 마텔의 지분율은 이번 유상증자 후 11.9%에서 9.7%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2016년 마텔이 기존 최대주주인 최신규 회장 지분을 인수할 당시의 기대와 달리 손오공을 단순 수출 창구로 삼고 있다”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손오공은 마텔이 경영권을 쥐기 전인 2015년 103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작년 9억원까지 줄어드는 등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2분기엔 2억원의 영업손실을 봐 전년 동기 대비 적자가 지속됐다.

손오공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 마텔 관련 사업의 경우 단순 수입, 유통에만 참여해 이익률이 낮은 편이라며 마텔의 완구를 단순 수입 판매하는 데 의존한다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썼다. 그동안 손오공은 ‘터닝메카드’와 ‘헬로카봇’ 등 TV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자체 개발 또는 기획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국내 완구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작은 판매 마진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란 우려는 지난달 28일 발매한 BTS 인형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약화시키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는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주식을 팔아 주주사(마텔)의 제품을 비싸게 사주는 껍데기 회사로 전락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