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은행주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주요 은행주들은 잇따라 신저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2분기에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데다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도 높아 “지금이 은행주 저가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好好·주가 下下…"은행株 매수 기회"
은행주, 호실적에도 ‘뚝뚝’

1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B금융지주는 3만8700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23일 4만61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이날까지 17.0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12.74%, 16.07%, 13.22% 하락했다. 이는 이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8.36%)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2분기 실적은 대부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신한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1조9144억원에 달했다. KB금융, 하나금융은 각각 1조8368억원, 1조204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4.1%, 7.5% 줄었지만, 1회성 요인을 뺀 경상 순이익은 각각 1조8130억원과 1조3027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슷하거나 더 많았다. 지난 1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1790억원이었다.

외국인 이탈이 하락 주요 원인

외국인들이 이탈하면서 ‘팔자’ 물량이 쏟아진 게 은행주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24일부터 14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하나금융 1557억원, 신한지주 1346억원, KB금융 1122억원, 우리금융지주 311억원이었다. 이 기간 외국인의 보유 비중은 하나금융(69.19→67.72%), 신한지주(66.94→66.37%), KB금융(67.54→66.93%), 우리금융(30.35→30.03%) 모두 떨어졌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율은 70%에 육박한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시가총액 기준 33.5%)의 두 배 수준이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의 요인으로 외국인들이 한국 대형주 투자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금리 하락으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축소는 외국인 이탈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은행 NIM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1.67%포인트에서 올해 상반기 1.61%포인트로 감소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간 시중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NIM이 떨어진 것은 부담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시장금리가 이미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 NIM이 대폭 추가 축소될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 관련 리스크(위험)도 은행주를 짓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실시 이후 주택거래 위축이 심화되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추세가 급격히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수익 노려볼 만”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들이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2~3년 전부터 배당수익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연말 기준 배당수익률은 하나금융 6.38%, 우리금융 5.69%, KB금융 5.52%, 신한지주 4.39%로 예상된다.

한 가치투자 운용사 최고운용책임자(CIO)는 “주요 은행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보수적 투자를 지향하는 가치투자 관점에선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