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은행株…외국인 '팔자'에 금융위기 수준 급락 우려
국내 시중은행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대내외 악재(미중 무역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가 겹치면서 주가는 한 달간 10% 가까이 빠졌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3주째 이어지면서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한 저점을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4대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평균 9.1% 하락했다. 다른 금융지주 및 지방은행들도 포함하면 하락폭은 9.8%로 커진다.

우리금융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우리금융의 전날 종가는 1만2100원으로 전달 대비 12.6% 하락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도 하락세가 계속됐다.

같은 기간 KB금융(9.9%), 하나금융(8.6%), 신한지주(5.6%)도 일제히 떨어졌다.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의 모습니다. 다른 은행주도 마찬가지다. 기업은행(9.8%), BNK금융(7.7%), DGB금융(10.8%), JB금융(3.6%)도 같은 기간 하락세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글로벌 금융환경이 불안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금융보복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매도가 계속됐다. 코스피가 하루 만에 51포인트 넘게 떨어진 지난 6일의 경우 우리금융의 외국인 매도는 57만주에 달했다.

환율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갈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 요인을 키웠다. 외국인의 은행주 매도를 부추긴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은행들의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을 고려할 때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는 만큼 당분간은 현재와 같은 부진이 계속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은행주 초과 하락세가 3주째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들의 은행주 매도 강도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더 빠질 것 같진 않지만 불안 요인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의미있는 반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