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백화점, 아울렛, 마트 등 주요 유통매장을 투자 대상으로 담은 롯데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국내 리츠 중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운용자산 편입을 위한 자금 조달을 개시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리츠, 국내 리츠 사상 첫 회사채 발행…상장 준비 박차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리츠는 3년 만기 회사채 2000억원어치를 이달 말 공모로 발행할 계획이다. 롯데백화점 서울 강남점을 담보로 잡아 저금리로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은 오는 23일께 진행하기로 했다.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최근 발행 준비에 들어갔다.

롯데리츠는 롯데그룹이 보유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세운 부동산간접투자회사다. 롯데그룹의 알짜 부동산을 매입한 뒤 여기서 거둔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롯데백화점 강남·광주·구리·창원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청주점, 롯데마트 김해·의왕점 등 롯데그룹 유통매장이 편입 대상 자산이다. 자산 규모는 1조5000억원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리츠를 오는 10월 국내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다. 예상 공모 규모는 4000억~5000억원이다.

롯데리츠는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운용 대상 자산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 회사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난 5월 30일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매입하기도 했다. 당시 롯데리츠는 롯데쇼핑으로부터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양도받고, 그 대가로 롯데쇼핑에 4249억원어치 신주를 발행했다. 롯데리츠는 회사채 발행 외에도 은행 대출로도 ‘실탄’을 확보해 운용 자산 매입을 이어갈 방침이다.

롯데리츠가 운용 자산 편입에 팔을 걷어붙이자 이 회사의 상장 작업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리츠 투자심리가 살아난 것도 롯데리츠 상장에는 ‘청신호’라는 평가다.

금리 하락기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점 등이 부각되면서 최근 주요 리츠 주가가 크게 뛰고 있다. 리츠 시가총액 1, 2위인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는 올 들어 각각 30.4%, 25.0%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롯데리츠의 상장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다른 기업들도 공모리츠 상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홈플러스리츠가 올초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하면서 대형 공모리츠의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이 일었지만, 1조원대 자산을 편입하는 롯데리츠가 상장에 성공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란 관측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 등이 후속 공모리츠에 나설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유통매장뿐 아니라 물류창고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공모리츠가 앞으로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이고운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