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모바일페이 전쟁' 가세
미래에셋대우가 증권 계좌와 연동되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미래에셋페이를 연내 출시한다. 모바일페이를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게 됐다.

미래에셋대우는 모바일페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 등록을 완료했다고 20일 밝혔다. 국내 증권회사 가운데 처음이다. 우선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오는 8월께 국내에서 위챗페이 서비스를 대행한다. 이를 통해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상권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린 뒤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기로 했다. 이용자에게 투자는 물론 환전, 송금, 결제까지 가능한 ‘생활금융 계좌’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기존 간편결제사업자와 달리 카드사나 부가통신업자(VAN사)를 거치지 않는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 연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작
후발 주자 '미래에셋페이'…모바일결제 판 흔드나


미래에셋대우는 3년 전부터 간편결제 시장에 눈독을 들여왔지만 뛰어들 수 없었다. 자본시장법에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사업을 겸업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말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규제를 풀어주면서 사업 참여가 가능해졌다. PG 사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건 국내 증권회사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처음이다.

미래에셋대우는 PG 시장의 후발주자지만 탄탄한 자본력과 플랫폼을 바탕으로 간편결제서비스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삼성페이 등 기존 사업자들과 구조적으로 다른 증권 계좌 기반의 서비스를 연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래에셋페이’를 수익사업이 아니라 고객 접점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동대문 가맹점 집중 공략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기에 앞서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텐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는 환전 없이 중국에서 이용하던 스마트폰을 통해 중국 현지 통화로 한국에서 결제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위챗페이가 한국에서 중국의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유독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 위챗페이는 국내 백화점과 면세점, 서울 명동 일부 가맹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다.

미래에셋대우는 텐센트와 공식 협약서를 체결한 뒤 오는 8~9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중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서울 동대문 등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동대문 일대에서 이뤄지는 중국 관광객 소비는 연간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챗페이와의 협력은 본격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다. 연내 국내 고객을 위한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기 앞서 가맹점을 확보해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 결제 가능한 ‘만능계좌’ 출시

국내 간편결제시장 이용금액은 2017년 50조510억원에서 2018년 80조1450억원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업 간(B2B) 및 기업 대 소비자(B2C) 간편결제 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유통사 등과의 계약을 통해 PG 결제를 중개해주는 B2B 사업에선 막강한 자본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는 기존 핀테크 회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본력을 갖추고 있어 지급보증, 수수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든 가장 큰 의도는 증권업에서 쌓아온 B2C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 접점을 확대하려는 데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고객들에게 투자는 물론 환전, 송금, 결제까지 가능한 ‘생활금융 계좌’를 제공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서비스 영역이 결제를 편리하게 하는 데 그치고 있는 기존 사업자와 달리 미래에셋대우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활용해 더 간편하고 차별화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더 이상 신용카드사나 부가통신업자(VAN사)가 필요하지 않는 간편결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미래에셋대우 고객들이 해외에서도 쉽게 결제하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로선 간편결제를 통한 수수료 수익 확대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려 영업에 도움을 받는 데서 오는 장점이 클 것”이라며 “간편결제 시장 전체로 보면 수수료 경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간편결제 서비스

공인인증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문 또는 비밀번호와 같은 간단한 인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금융서비스. 스마트폰에서 쓰이기 때문에 ‘스마트페이(smart pay)’라고도 불린다.

조진형/오형주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