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증시 등을 떠난 글로벌 자금이 인도로 이동하고 있다. 탄탄한 내수 시장이 뒷받침하고 있어 한국 등 수출 중심 국가들보다 미·중 무역분쟁 타격을 덜 받기 때문이다. 애플이 생산기지를 인도로 옮기는 등 미·중 무역전쟁 반사이익도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韓·中 떠난 글로벌 자금, 인도로 몰린다
신흥국 내 차별화 진행 중

4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한 주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9억9400만달러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 3억3400만달러 규모 순매도에 이어 2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같은 기간 대만(5억5600만달러), 베트남(1100만달러) 등에서도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인도(14억3200만달러), 태국(5억5500만달러) 등으로는 자금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을 국가와 반사이익을 얻을 국가에 대한 투자자들 판단이 글로벌 자금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신흥국 내에서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韓·中 떠난 글로벌 자금, 인도로 몰린다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25개 인도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4.06%를 나타냈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지역·국가별 펀드 중에서 성과가 가장 좋다. 3개월로 기간을 줄이면 평균 수익률은 16.67%에 달한다.

최근 6개월간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인도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인도 니프티50지수 하루 등락폭의 두 배만큼 수익, 혹은 손실을 내는 상품이다.

최근 6개월간 35.28% 수익을 냈다. ‘미래에셋연금인디아업종대표’(18.51%) ‘미래에셋인디아디스커버리’(18.21%)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17.42%) ‘삼성인도중소형FOCUS’(16.77%) 등이 뒤를 이었다.

거대 내수 시장, 미·중 갈등 피해 최소화

인도는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만한 거대한 내수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중국과의 경제 교류 규모도 크지 않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 루피화와 중국 위안화의 상관관계는 신흥국 통화들 가운데 가장 낮다”며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며 2024년까지 모디노믹스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인도로 자금이 몰리는 이유로 꼽힌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도 인도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애플의 생산기지 이전 등 무역분쟁의 반사이익도 보고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모디노믹스가 탄력을 얻을 것이란 점도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월 유가 상승 및 여당 지지율 하락으로 횡보를 보이던 인도 증시는 모디 총리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한 3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지난달 23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40,000선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11.64% 올랐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디 총리는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하고 농촌 지원 등을 통한 재정 확대도 예고했다”며 “하반기 인도 경제가 완만한 회복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크고 유가 변동에 취약한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인도는 미국과 중국에 이은 3위 원유 수입국으로 원유 소비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인도 루피화는 지난해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하락 폭이 가장 컸다”며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물가 상승 및 재정적자 가능성도 따라서 커진다”고 설명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