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과 인도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이 국제 무역에서 달러를 배제한 거래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작년 말부터 재개한 대(對)이란 제재를 우회하려는 시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인도 등이 이란과의 무역을 위해 새 거래 시스템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작년 11월부터 달러를 쓰지 않는 무역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당초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 고안됐다. WSJ는 “인도 세관 기록에 따르면 인도 기업이 이 시스템을 통해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 기업과도 거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원유 등 여러 분야에서 이란과 무역 관계가 깊다고 WSJ는 설명했다.

유럽에선 프랑스, 독일, 영국이 함께 금융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를 지난 1월 발족했다. 이 체제는 달러 대신 유로를 쓰기 때문에 미국의 달러 거래 제재를 적용받지 않는다. 인스텍스는 물물교환 방식을 일부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독일 기업이 이란에 약품을 팔고, 이란은 프랑스 기업에 비슷한 규모로 소비재를 수출한다. 이후 독일 기업은 이란이 아니라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유로로 대금을 받는 식이다.

국제 무역시장 등에서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 통화인 위안이나 루블을 통한 무역 거래를 늘리고 있다. 네덜란드 ING그룹은 지난해 중국 및 러시아와의 무역에서 결제한 위안, 루블 비중이 각각 18% 이상을 기록했다. 2013년 각각 7% 미만에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